이영훈 교수 “北, 해방후 식민지 경제정책 물려받아”

▲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해방전후사의 재인식」-저자와의 만남 강연회 ⓒ데일리NK

북한에서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가 청산되었다는 주장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인터넷 시사웹진인 <뉴라이트 닷컴>이 창간 1주년을 맞아 29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4층 컨퍼런스 홀에서 개최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저자와의 만남’ 에 강사로 참석한 서울대학교 이영훈 교수는 “해방 후 북한의 경제정책을 보면 일본 제국주의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재인식」에 실린 일본 학자 기무라 미쓰히코의 「파시즘에서 공산주의로-북한 집산주의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발전」이라는 논문을 소개하며, 일제는 식민통치 당시 한반도에 국가 사회주의적인 경제정책을 폈으며, 해방 후 북한에서도 이러한 전체주의적 경제정책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제는 산미증산계획을 실시, 전국 각 부락연맹에 생산량을 할당하고, 1942년에는 농민들이 자유재량으로 비주곡 작물을 심는 것을 금지했다”며 “공출(供出)이라고 하는 쌀의 강제 구매를 실시하는 등 국가사회주의 경제정책을 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남한의 경우 해방 이후 일본에 쌀이 밀수출돼 식량 값이 폭등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긴 했지만, 1948년 이후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진입하면서부터 안정적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北, 식민지 경제정책 물려받아

반면 북한의 경우 해방 후 1946년 제1차 인민경제계획에 의한 군 단위의 생산할당이 정해지고, 이를 위한 모범농민이 동원됐다. 마을단위 생산돌격대가 조직되는 등 북한 전 농가의 78%가 생산돌격대에 포섭된 상황이었다.

그는 “1945년 실시된 양곡성출(誠出)운동은 공출의 말바꿈에 불과하다”며 “양곡수매량을 강제적으로 할당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값도 치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가사회주의 정책은 해체되지 않고 집단농장을 세우며 더욱 강력하게 시행됐다”며 “그후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남한이 향유한 자유시장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980년대 이후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평가를 이끌어 온「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에서는 남한은 해방 후 건국과정에서 친일파를 등용하는 등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지만, 북한은 친일청산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뤘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공산주의 북한은 일제의 경제정책을 물려받아 그것을 더욱 발전시킨 셈”이라며 “누구는 남한은 친일파 청산 못하고 북한은 친일파 청산해서 민족정기 세웠다고 말하지만, 인적 요소 면에서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구조적 경제부분에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연속성과 발전이 역설적으로 보이지 모르지만 사실상 그것은 1930년대 이래 북한을 지배한 집산주의 철학, 곧 일제의 파시즘과 스탈린주의, 최종적으로는 마오쩌둥 주의에 영향을 받은 철학의 자연스런 결과”라며 “나치와 스탈린이 통하듯이 일본천황과 김일성이 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정신대와 위안부 문제, 민족주의 문제, 건국과 해방에 대한 관점 등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에 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향후 20년은 ‘재인식’이 한국사회 담론 주도할 것

「재인식」은 「인식」이 가진 문제를 공감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2월 출간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인식」출간을 주도했던 이 교수는 “인식에 대한 시급한 비판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28명의 필진들이 공감했다”며 “이런 책이 갖는 위해성은 좌파 민족주의, 민족근본주의, 통일지상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이 한국의 지배적인 정치 이데올로기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교과서로도 체계화 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의식을 재생산하는 데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본질적 비판을 위해서는 새로운 개론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재인식」을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유주의연대>는 이번 강연을 시작으로 4월 14일 부산(김영호 교수), 20일 대전(주익종 박사), 28일 전주(전상인 교수) 등 전국을 돌며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저자의 만남’ 공개강좌를 이어간다. 대구에서는 5월 초에 진행될 예정이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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