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교수 ‘상황 왜곡’ 학자 정도(正道) 아니다

계간 시대정신은 송 교수의 논문에 대한 이승헌 교수의 반론글을 환영하였고 두 학자 간에 과학적 논쟁이 진행되기를 바랐다. 시대정신은 이 교수의 기고문을 받아 게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시정사항을 요청하였다.


첫째, 이 교수의 반론을 송 교수의 논문 내용에 국한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이 교수의 글 중 <‘흡착’ 물질인가 ‘침전’ 물질인가?>라는 논제는 송 교수의 글에서 다루어진 바 없기에 반론의 대상이 아니며, 1번 글씨 연소여부와 버블의 팽창양상 및 충격파에 대한 논의에 국한해 반론을 전개해 달라 하였던 것이다.
 
송 교수는 천안함 관련 주제들 중 자신의 전공분야에 한정하여 논의하였고, 이는 과학자의 본분에 맞는 지극히 상식적인 태도이다.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영역에까지 나선다면 그것이 오히려 위험한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III. 맺는 말’에서 “송 교수는 시대정신 논문에서 흡착물질은 잘 모른다며 이 핵심적 문제의 하나는 비켜가고 있다. 송 교수 논문의 결정적 오류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류란 근거나 정당성이 없는 그럴 듯한 주장이나 명백한 허위를 말한다면, 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에 어떻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이 교수가 시대정신에 게재된 송 교수 논문에 대해 반론권을 요청 내지 사용하려면 송 교수가 논의한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주제의 특정에 대한 시대정신의 요청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둘째, 반론내용의 적절성을 요청하였다. 
 
시대정신은 “이 교수님이 기존에 여러 매체를 통해 했던 송 교수 주장의 반론이 단순 반복되지 않도록 새롭고 진전된 논의를 기대”한다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프레시안의 기고문에서는 기간 공론의 장에서 폈던 송 교수의 반론에 별 진전이 없었다. 이미 여러 매체에 나왔던 주장들을 시대정신에 게재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버블의 팽창은] 비가역적 과정이기 때문에, 초기의 고온이 계속 유지된다. 즉 버블의 온도가 영하 37도까지 내려간다는 송 교수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2010년 8월 9일의 한겨레 훅 칼럼에서 이 교수는 이미 주장하였으나, 송 교수는 이 교수의  이런 주장이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음을 전문 학술잡지와 시대정신 등에서 밝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교수가 과거의 주장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부와 외부의 압력차가 큰 상황에서 발생하는…”정도의 언급으로 어뢰의 수중폭발이 비가역팽창을 한다고 하였는데 이 부분이 두 학자의 가장 핵심적인 견해 차이이기 때문에 시대정신은 이 교수에게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작년 7월 이 교수는 『천안함을 묻는다』(창비)의 ‘결정적 증거, 결정적 의문’이라는 글(P84쪽)에서 “버블은 수압이 내부 가스압력보다 높기 때문에, 수축에 들어가고, 이때 과대 수축되면, 다시 팽창하는 사이클을 반복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 주장과 비가역팽창을 한다는 주장이 과연 일관성이 있는지도 궁금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요청하였다.


2) 송 교수는 위의 온도저하와 별도로 시대정신의 글(p. 202쪽)에서 “백 보 천 보 양보하여 서재정․이승헌의 주장과 같이 글씨가 쓰인 디스크의 앞·뒷면이 모두 1,000도의 화염에 직접 노출된 경우라고 하여도 처음 몇 초 동안 글씨 부위에서 올라가는 온도는 겨우 몇 도에 불과함을 보이고자 한다.”고 하고 열전도계수를 이용하여 논증했다.


이에 대해 시대정신에서는 이 교수의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반론을 기대했는데, “송 교수가 행한 열전도 계산을 할 필요도 없이 ‘1번’은 4000도 이상의 기체에 직접 노출되고, 이 고온 때문에 타버려야 한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것은 반론이 아니라 과거 입장의 반복이며, 논증이 아니라 ‘네 죄는 네가 알렸다’식의 주장에 불과할 뿐이다. 이 교수는 작년의 위 한겨레 훅 칼럼에서도 “버블이 프로펠러에 닿을 때의 온도는 최소한 1000도에 가까운 고온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시대정신은 이에 대해서 자세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였다.


3) 송 교수는 어뢰폭발은 버블의 해소까지 0.3초~0.4초 이내의 짧은 순간에 이뤄지고, 더구나 물 속이라는 구체적 조건을 강조하여 열전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에 시대정신은 이 교수가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송 교수 글에 대한 반론이라면 당연히 송 교수의 핵심논지에 대한 논의에 초점이 모아져야 하고, 더구나 기존에 이 교수는 이 대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이에 대해 요청한 것은 편집진으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4) 한편 이 교수는 “특히 송태호 교수의 주장이 틀렸음은 물기둥도 입증해주고 있다. 송 교수는 어뢰 폭발 이후 100m 이상의 물기둥이 아닌 2m 정도의 파도가 형성될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틀리다.”라고 하였다. 이 주장도 2010년 8월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미 언급한 것이다.


이 대목도 송 교수의 반론과는 많은 거리가 있었다. 송 교수는 버블 위에 함정이 없고, 어뢰만이 물속 8미터에서 폭발한 경우를 상정하여 어뢰 후미의 ‘1번’ 글씨의 연소여부에 관해 다루었다. ‘1번 글씨’가 타느냐를 논할 때 함정이 있고 없고는 전혀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조건을 단순화 한 것이고 결국 물 기둥문제는 송 교수 논의와 별개의  문제라고 편집진은 생각하였다.
 
5) 이 교수는 반론에서 “송태호 교수는 TNT 250kg가 폭발하면 33cm반경에 3000도 가스버블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0.015kg 폭약의 효과와 거의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라며, “250kg TNT가 터지면 6m 넘는 반경의 4000도 이상의 가스 버블이 생기게 된다.”고 송 교수의 계산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시대정신 글에서 “TNT의 폭발이 0.0001초 이내에 이루어진다. 폭발한 TNT는 체적 150리터(이승헌 교수는 33cm 반경의 구로 간주), 온도 섭씨 3,000도, 압력 20,000기압의 기체로 변한다.”고 하고 이 버블은 6m 이상 팽창한다고 했다. 이 교수가 반론에서 자료로 제시한 합조단 보고서의 수조실험사진은 폭발직후가 아니라 폭발 후 5.2ms(1/1000 초)후의 팽창된 버블이다. 시간의 흐름을 배제한 채 송 교수의 계산과 합조단의 실험결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보완 논의를 요청하였다. 또 송태호 교수는 수조폭발실험에서 관찰되는 불꽃과 관련하여 이미 2010년 8월 16일 이승헌 교수의 위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주간 리뷰>에서 반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아주 적은 양의 폭약을 터뜨려도 곧 3000도 이상의 고온 가스가 되어 빨간 색, 노란 색의 빛이 나오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텐가?’하고 묻습니다.


<제 전공이 열전달 중에서도 복사열전달입니다. 이에 대한 제 대답은 ‘지극히 당연하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폭약의 양과 초기 온도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1그람의 콩알 만한 폭약 250,000개를 모아서 한꺼번에 터뜨렸다고 해 봅시다. 각각의 콩알은 3000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그 개수를 여러 개 모았다고 더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람이 두 명이 있다고 온도가 체온 36.5도의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지요.


이것은 열역학에서 온도가 소위 intensive property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까, 폭약의 양이 아주 작더라도 초기 온도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 파괴력만 양에 관계가 있습니다. 사실, 라이터 압전 소자에서 ‘딱’ 소리와 함께 튀는 불꽃도 수 만도의 온도에 다다릅니다. 고온에 이르면, 그 온도에 해당되는 플랑크(Planck) 복사를 합니다.


플랑크 복사 시 가장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 파장은 3000/온도(K) 마이크론 입니다. 이것이 비인(Wien)의 법칙입니다. 3000K이면 1마이크론이니까, 빨갛고 노란 빛과 적외선이 방출됩니다. 그런데, 그 양은 얼마 되지 않고, 버블이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가면서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저 자신도 버블에서의 복사를 감안한 보조계산을 했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저처럼 계산하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시대정신 편집진은 송 교수의 글에 대한 반론 내용으로 포함되기 어려운 ‘흡착’ 물질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 대신 열전달 문제, 버블의 반경 등에 대해 좀 더 근거 있고 구체적인 논증을 요청하였던 것이다. 좋은 책을 만들어야 하고 또 천안함 논란 관련하여 생산적이고 진전된 논의를 기대하는 편집진으로서 이와 같은 요청은 당연한 것이었다.


흡착물질은 이 교수나 송 교수의 전공분야가 아니다. 이 사안은 전공자들이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특히 이승헌 교수가 인용하고 있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에 붙어있던 소위 ‘흡착’ 물질은, 폭발 후 형성되어 한꺼번에 흡착된 산화알루미늄이 아닌, 화학적 상변화 후 ‘침전’되어 순차적으로 층상구조를 이루며 성장한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인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라는 것이다”라는 양판석 박사와 안동대 정기영 교수의 주장은 그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선체와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알루미늄 화합물이 침전물이 아니라는 증거는 이 물질의 선체분포도, 부착위치, 수조실험결과 등으로 볼 때 압도적이다. 따라서 이승헌 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양판석 박사의 주장을 인용하는 것은 오른손이 지불하고 왼손이 영수증을 건네는 것과 다름없이 학문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다.


따라서 두 학자가 자신의 전공분야에 한정하여 논의를 전개하자는 시대정신의 요청은 지극히 타당하며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시대정신이 원하는 것은 이승헌 교수식의 학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소통 가능한 학문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