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 충돌 불씨 여전

▲ 이스라엘-헤즈볼라간 유혈분쟁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 시가지

지난 14일 유엔 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휴전 협정이 맺어진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교전이 발생했다.

이번 교전은 19일(현지 시간) 퇴각하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고위 간부인 셰이크 모하메드 야즈벡을 생포하기 위한 작전을 감행하던 중 헤즈볼라 무장 세력과 충돌하면서 빚어졌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약속을 위반했다고 반발했으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시리아와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계속 공급받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유엔 결의안에 따라 전쟁을 중지시키긴 했지만 사실 이번 교전과 같은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각각 유엔 결의안을 자신에게 유리한 대목을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만아니라 서로 다른 해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엔 결의안은 모두 11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결의안은 1항에서 ‘상호 적대 행위의 종식을 촉구한다. 이는 헤즈볼라의 모든 공격 행위의 중단과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군사 행동의 즉각 중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1항에 따라 전쟁은 중지되었고 휴전이 성립됐다.

이스라엘의 철수냐,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냐

이어서 2항에서는‘레바논 남부에 유엔 다국적군과 레바논 정부군의 공동 파견과 현재 주둔 중인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의 철수를 병행한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결의안은 8항에서 ‘레바논 남부 지역 내 모든 개인과 단체의 무장 해제를 촉구한다’고 확인하였다. 사실 이 2항과 8항이 분쟁의 씨앗과 관련, 핵심적인 사안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결의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 평화 유지군이 배치될 때까지 헤즈볼라 잔당 소탕 작전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헤즈볼라도 기본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수용하지만 불편부당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문제이기도 하면서 가장 주요한 요구는, 이스라엘에게는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이며 헤즈볼라에게는 이스라엘의 완전한 철수이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 전쟁 당시 점령한 셰바 팜스를 반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생각이 다르다. 2000년 5월 레바논에서 물러나면서 이스라엘은 유일하게 이 지역을 내놓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를 담은 유엔 결의안 425호와도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유엔도 이 지역은 레바논 영토라기보다는 시리아의 골란 고원에 속한다고 밝혔다.

골란 고원은 이스라엘이 3차 중동 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점령한 땅이다. 1981년 이스라엘은 이 땅을 자신의 영토로 선언했으며 시리아가 이에 강력 반발, 이듬해 시리아와 이스라엘 간의 2일 전쟁이 발발했다. 1982년 5월 시리아는 전격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전투기 85대를 격추한 반면 시리아는 이스라엘 전투기 단 한 대만을 격추하는 데 그침으로써 2일만에 시리아의 대패로 전쟁이 종결되고 말았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대해 골란 고원의 일부를 돌려줄 의사를 보이고 있다. 다만 1차 대전 이후 정리된 프랑스령 시리아와 영국령 팔레스타인의 영토 경계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데는 1차 중동 전쟁 당시 시리아가 팔레스타인의 영토인 갈릴리해 동쪽 해안(골란 고원 경계)을 차지해 버린 사정과도 관련이 있다.

당시 아랍연합군을 결성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던 주변국들은 전쟁에는 패하였지만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각각 차지해 버렸다. 가자 지구는 남부의 이집트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은 동부의 요르단이 갈릴리 동쪽 해안은 북부의 시리아가 가져가 버린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3차 중동 전쟁 결과 시리아가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아 간 전력을 문제 삼아 더 많은 땅을 점령해 버렸다.

이스라엘은 ‘영토’, 아랍은 ‘평화’를 보장해야

한편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는 셰바 팜스를 레바논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시리아와 직접적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핵심적인 것은 누가됐든 이스라엘로부터 이 땅을 찾아오는 것이 관건이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이 셰바 팜스를 떠나지 않는다면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이스라엘은 이 영토에 대해서는 유엔도 골란 고원의 일부로 확인한 만큼 헤즈볼라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셰바 팜스 지역 문제는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우선 협상할 문제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에 골란 고원에 대한 대타협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다.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는 이미 유엔 결의안 1559호를 통해 촉구되었으나 헤즈볼라는 이를 묵살하고 있다. 이번에도 유엔 결의안 8항에 다시 한번 헤즈볼라를 지목한 모든 민병대의 무장 해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헤즈볼라가 스스로 무장 해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헤즈볼라는 2004년 채택된 결의안 1559호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꾸준히 무장력을 구축했으며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펴 왔었다. 그리고 1년 여 만에 이스라엘이 확전을 감행해 오자 모든 화력을 동원, 준비된 전쟁을 전략적으로 수행하였다.

결국 양자가 이런 식으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에서 서로 인식을 달리하며 엇나가는 주장과 공방을 계속한다면 이번 결의안이 휴지 조각이 되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사태의 해결에 초점을 두고 본다면 이스라엘로서는 영토 문제에 대한 양보가 불가피 하다. 현재 남은 문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요르단강 서안의 반환 규모 문제 그리고 시리아와의 골란 고원 처리 문제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작년을 기해 가자 지구를 모두 반환함과 아울러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1차 철수를 단행하였으며 장차 2차 철수를 앞두고 있었다. 몰론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손치더라도 최대 쟁점은 동예루살렘 귀속문제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그동안 주변국은 물론 팔레스타인과 ‘영토와 평화의 교환’을 진행해 왔지만 문제가 번번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수많은 협상과 타결에도 불구하고 테러는 중단되지 않았으며 위협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변국은 물론, 헤즈볼라처럼 정부 통제를 벗어난 이슬람 무장 조직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선동, 감행하기를 반복하는 상황을 이스라엘은 견디기 어렵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안전이다. 아랍의 증오가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기를 끊임없이 유보한다면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쟁도 이런 근본적인 부분에 기인한다.

이종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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