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신·철도 등 국가시설 파괴계획 모의”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데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라는 지하혁명조직을 이 의원이 결성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확보한 이 단체 내부 조직회의 녹취록에는 이 의원 등이 남북 간 전쟁 발발 시 총기를 확보해 대규모 통신·철도시설 등의 국가 기간시설에 대해 파괴할 계획을 모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과 검찰에 따르면 RO는 조직 총책 역할을 맡은 이 의원의 주도로 지난 2004년경 결성됐고 조직 규모는 최대 200명 가량이다. 특히 조직 지도부에는 경기동부연합 출신의 통진당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으며 28일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우위영 통진당 전 대변인,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이 주축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RO에서 ‘반국가단체’ 규정을 받은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을 재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민혁당은 1992년 하영옥 등 서울대 운동권 출신 중심으로 결성된 반국가 지하혁명 조직이다. 대법원은 2000년 민혁당을 반국가단체로 확정, 판결한 바 있다.


민혁당의 중간 간부급이었던 이 의원은 2003년 3월 민혁당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특별사면을 받고 가석방 된 이후 옛 민혁당 관계자들을 모아 RO를 결성하고 2004년부터 서울·경기지역에서 정기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또 이 의원과 조직원 130여 명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한 종교 시설에서 비밀회합을 갖고 “전쟁에 대비해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 “남한 내 세력들이 파출소나 무기저장소 등을 습격해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할 것” 등의 발언을 녹취록을 통해 확인했다.


수사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의원을 포함한 RO 조직원들이 전체 회의에서 남북한 간 전쟁이 발생할 경우 KT혜화지사, 분당인터넷데이터센터(IDC), 경부선, 호남선, 경기 평택물류기지 등을 타격해 주요 국가 시설을 파괴하는 구체적 활동을 논의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국정원은 경기동부연합 측 인사가 밀입북했다는 유력한 증거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기, 애국가 아닌 북한 군가 ‘적기가’ 부르도록 해”


이 의원은 또 같은 당인 김미희·김재연 의원 등 경기동부연합 모임에서 북한 군가이자 혁명가요인 ‘적기가’ 등을 합창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의원은 당 공식행사에서 애국가 제창을 거부했다는 논란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바 있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이 의원은 당 공식행사에서 애국가 제창을 거부해 물의를 일으켰는데 북한 군가인 적기가를 제창했다는 것은 이들의 이념을 잘 드려내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정원은 28일 오전 이 의원을 비롯한 당 간부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8곳에 대해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또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과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 3명을 현장에서 체포됐고, 이 의원 등 10여 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통진당 당직자들의 몸싸움을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희 대표와 오병윤·이상규·김미희·김재연 의원 등은 이 의원 집무실 앞을 가로막고 밤새 국정원 직원들과 대치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용공조작극”이라며 “대선 부정선거 실체가 드러나면서 위기에 몰린 청와대와 해체 직전의 국정원이 유신시대의 용공조작극을 21세기에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29일 “(이번 사건은) 이석기 개인을 지목한 것이 아니고, 촛불을 든 모두에게 내란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라면서 “우리 당은 거짓을 밝히기 위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RO(혁명적 조직) 구성’ 등 진보당 관계자들에게 제기되는 혐의에 대해 “검찰이 흘리는 피의사실에 대해 해명할 의무가 전혀 없다. 모두 사실무근이기 때문에 해명할 이유가 없다”면서 “혐의에 대한 입증 책임은 국정원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