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재판과 통진당 해산, 국민들 생각이 중요하다

이석기 사건의 2심 재판 결과에 통합진보당 측은 매우 고무된 표정이다. 대법원에 가서 내란선동도 무죄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형량이나 판결의 내용을 볼 때 지나친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1심은 내란음모를 판시했고, 2심에서는 그것을 제외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입증 부족으로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가 된 것일 뿐 결코 피고인들의 행위에 아무 잘못이 없어 무죄가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못을 박았다. 이석기 의원의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함을 분명히 하고 사건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지하조직을 찾아내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난 1980, 90년대 주사파 활동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또 사람도 많았고, 크고 작은 조직도 많았던 것에 비추어 보면 그동안의 지하조직 사건은 극히 일부만을 파헤쳤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민주화를 거치며 공안사건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다가섰다. 본디 증거주의가 기본이지만 이것이 공안사건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향을 보여 왔던 것이다. 조직사건에 대해서도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판결이 뒤늦게 무죄가 되는 경우도 있어 재판부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이석기의 RO(지하혁명 조직)가 발각된 것이다. 이 조직의 실체를 2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이유가, 제보자의 진술은 믿을만하지만 자신이 직접 경험한 활동을 제외한 조직체계, 구성원 등에 대한 진술은 추측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지하조직의 활동 형식과 생리를 놓고 보면 극히 인색한 접근이다. 가령 지하조직은 강령을 머릿속에 외워서 넣어두지 절대 기록으로 보관하지 않는다. 조직체계도 최소한의 범위만 알도록 되어 있다. 일반 성원이 조직체계와 계통의 전체 모습을 알 수가 없다. 내부 제보자조차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측이 입수한 증거 자료들은 상당한 정도의 것이었고, 조직 실체를 거의 다 드러내 주었다고 보여 진다. 더구나 내부 제보자가 있어 그것을 확증할 수 있었다. 


이석기 2심 재판 결과를 통진당 해산 건과 연관시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한편 통진당 해산은 ‘물 건너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진당 해산 문제도 재판부가 얼마나 그들의 실체를 한국 사회의 현실적 조건 속에서 제대로 고려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사파 종북세력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 즉 자주-민주-통일 투쟁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면화해 나가는 것을 활동의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즉 불법에서 반합으로 그리고 합법으로, 궁극적으로 자민통 투쟁을 합법화하고 합법공간의 다양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는 것이 응당한 지향이다. 합법공간에 진출해 선거로 정권을 잡으려 한다고 해서 ‘전민항쟁’ 노선을 폐기했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오산이다. 대중투쟁을 기본으로 하는 전민항쟁 노선과 선거를 적절히 결합하는 것은 운동 노선에 있어 ‘상식’의 문제이다. 외곽의 전선체 즉 재야운동단체 및 각종 대중단체 등과 정당을 다 강화하여야 하는 것은 기본 원칙이다. 어느 한쪽의 편향에 빠지지 않으면서 역량을 축성하고 전선을 확대해 나가며 결정적 시기를 준비할 데 대한 토론과 방향 설정이 이들에게는 늘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안이다.


종북세력은 말 그대로 ‘엄혹한 환경’에서 ‘혁명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엄폐하고 보위하기 위한 전술 운용과 정치 활동의 수위 조절에 있어 늘 훈련이 되어 있고 민감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세를 판단하고 전망을 세우는 전략적 활동이 늘 몸에 익어 있고 그런 판단과 실행을 늘 반복해온 집단이다. 또 타격을 입는다고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남한 혁명을 ‘역사투쟁’으로 간주하는 그들은 조급하게 마음을 먹지도 않는다. 이런 집단이기에 남북이 대치한 엄혹한 환경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이 되었는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분단대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기준으로 인권이 후퇴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접하면 괜히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한반도 현실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종북세력이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그 폐해가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단순한 비판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종북세력은 대한민국의 체제를 무너트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더욱이 북한 정권을 도와서 북한과 같은 사회를 만들고 북한 중심으로 통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에 입각해 운동을 하고 또 그에 걸림돌이 되는 바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투쟁하며 세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라는 위협적인 나라를 머리에 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 사회의 포용력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할지 냉정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우리로서는 북한 독재 정권으로부터 억압받는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김정은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한반도에서 자유 민주 통일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이고 생각이다. 재판의 결과는 어찌 보면 하나의 과정일 뿐일지 모른다.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는 일은 사실 멀고도 험난한 일이다. 이석기 재판과 통진당 해산, 결코 끝까지 가기 전엔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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