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애국가’ 작심 발언…”당내 NL 세결집 노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는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주춤했던 ‘종북(從北)’ ‘색깔론’ 공방에 불을 지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민주통합당이 17일 이석기 의원에게 ‘상식의 정치’를 주문하면서도 이념공방으로의 확전에 ‘선긋기’를 한 것도 이 같은 반영으로 읽혀진다.


김현 대변인은 17일 “2010년 제정된 국민의례규정에서 법적근거를 부여받은 애국가를 논란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며 국민이 국회의원을 걱정하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국가를 이념논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이 의원에게는 상식의 정치를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이석기 의원의 국가관을 일침하면서 동시에 새누리당 등의 색깔론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새누리당 역시 색깔론 공방으로 번지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내 종북 공세를 주도했던 황우여 대표가 17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할 말이 없다”고 대응한 것도 이 같은 기류의 반영이라는 관측이다.


전날만 하더라도 당 내에선 다시금 이념공세의 불씨가 살아나는 모양새였다. 실제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상징인 우리의 애국가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종북주사파 세력들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청년대변인인 김성진 씨 또한 트위터 논평을 통해 “애국가가 국가가 아니면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다”라며 “국민도 아닌 사람이 국회의원 하고 있지 말고 가고 싶은 나라로 사라져 주시죠. 당신의 수령님이 기다리는 곳으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이 의원은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논란을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애국가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지 않지만, 애국가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만큼 아리랑 같은 노래로도 나라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의 이번 발언은 통진당 내에서 일고 있는 ‘애국가 부르기’ ‘친북 청산’ 등의 기류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달 말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재탈환을 노리는 구당권파의 입장에서는 이념문제 등에 적극 대처해 세(勢)결집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라는 것. 배후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의원이 직접 나선 것도 이 같은 의지의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이 의원은 최근 당내에서 논란이 된 애국가 문제를 사상투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당 내에서 제기되는 종북 청산 등의 문제에 물러서지 않고 대립해 자기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이번 발언이 정치권에서 사그라지고 있는 이념공방을 부추겨 ‘부정 경선’을 희석시키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진당 구당권파에 쏠린 이목을 여야 이념공방으로 돌려 의원 제명을 피해가려는 전략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