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과거 ‘의혹’ 해명하려다 ‘궤변’만 늘어놔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와 여론의 강력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기 당선자가 의원직을 지키기 위해 언론 매체를 통해 뒤늦게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과거 활동에 대한 부인과 엉뚱한 대답으로 일관해 의혹만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당선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하는 남한 내 지하혁명 조직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활동 전력에 대해 묻자, “(주체사상과) 나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민혁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 당선자에 대한 판결문과 과거 함께 활동한 인사들의 증언은 그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반제청년동맹 창립 멤버이다. 재판부는 당시 “우리 국민들을 김일성의 주체사상으로 무장시키고 주체형 새세대 청년혁명가들을 양성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이석기는 동맹을 결성하면서 ‘김일성 장군님과 한국민족민주전선(북한 대남공작 조직)의 향도(嚮導)를 따라가는 김일성주의 청년 혁명조직’이라는 강령을 채택했다.


또한 그가 가입한 민혁당 강령도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을 맡았고, 김영환의 조직 해산 지시에도 하영옥의 지시로 ‘경기남부위원회’와 ‘영남위원회’까지 맡아 재건활동을 했다. 여기에 민혁당 탈당을 결심한 후배 박모 씨를 회유해 탈당을 만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3년간의 수배생활 끝에 민혁당 활동 혐의가 인정돼 2002년 구속된 바 있다.


이번 통진당 ‘부정선거’에는 당권파 주류인 ‘경기동부연합’이 관련됐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당 안팎에서는 이 당선자를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로 지목, 당권파가 이석기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부정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당권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과거에 존재했고 지금은 없는 조직이다. 실존하던 당시에도 이 단체에 소속돼 활동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 또한 이 당선자의 거짓 주장임이 확인됐다. 이 당선자는 민혁당 활동시절 ‘경기동부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지도사업 내용을 당시 중앙위원인 하영옥에 보고했다. 이 당선자는 보고문에서 “경기동부 사업의 안정과 내부지도 체계는 일정 단계로 들었다고 보여지며 사업의 영역을 남부로 집중하는 것을 이후 사업 주된 고리로 삼고자 함”이라고 판결문에 게재됐다. 


이 당선자는 또 주체사상에 대한 현재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생각과 사상이라는 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거다. 당시 나의 주장이 뭐냐고 묻는다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동문서답’ 했다.


그는 또한 종북파의 ‘몸통’이라는 지적에 대해 “불쾌를 넘어 모욕이다. 종북(從北) 운운하는데, 종미(從美)가 훨씬 더 문제”라며 종북이 종미보다 비교우위라는 식의 대답을 했다. 당권파 실세 논란과 관련, “나는 그저 ‘핵심 일꾼’ 내지는 ‘핵심 실무자’ 정도로 불리는 게 맞다. 당의 실세는 당원”이라고 말했다. 통진당 NL주류가 경기동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일반 당원이 주인이라는 선문답을 한 것이다.   


이 당선자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또 있다. 그는 작년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와의 통합과정을 설명하며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제일 먼저 제안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논쟁을 벌였다”고 밝혔다. 당직자도 아니면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제안하고 토론을 이끌 정도라면 구당권파 내부에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당선자는 부정선거 파문에 대해서는 “부정이 70%,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부실로 표현할 수 있다”며 “우리 비례선거는 온라인이 90%고 오프라인이 10%밖에 안 된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계 어느나라에도 100% 완벽한 선거는 없다고도 했다. 존재하지 않는 절대선을 부정해 나머지는 다 오류나 잘못이 있기 때문에 ‘절대악도 없다’는 식의 전형적인 궤변이다. 특히 북한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많이 쓰는 논리다.  


과거 전대협 핵심 간부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이 당선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석기 씨가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을 왜 저렇게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궤변에 가까운 발언”이라며 “결국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논리를 만들어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논리가 또 다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혁신비상대책위회(위원장 강기갑)가 경선 비례대표 사퇴거부를 밝힌 당선자들에 대한 ‘출당’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정미 비대위 대변인은 “순위 경쟁 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은 ‘후보자 사퇴 신고서’를 작성해 5월 21일 오전 10시까지 중앙당으로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선 자진사퇴 형식이지만, 안 받아들일 경우 출당수순의 시작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는 ‘사퇴불가’를 고수하며 당적을 경기도로 옮겨 의원 지키기에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들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