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에게서 ‘김정일의 권력의지’를 본다

“벽을 문이라고 냅다 민다”, “불요불굴(不搖不屈)의 혁명전사”


기어이 국회로 진출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버티기를 보면서 끊임 없이 떠오르는 북한식의 표현이다. ‘벽을 문이라고 냅다 민다’는 민간에서 쓰는 말이고 ‘불요불굴의 혁명전사’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사상교양하거나 김일성·김정일 우상화를 선동할 때 쓰는 표현이다. 

통진당 혁신비대위의 사퇴요구에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벽이 문이라고 냅다 밀 듯이’ 우겨대며 국회로 진출했다. 부정선거 자체를 부정하고 당조직까지 옮기면서 집요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저게 바로 수령님이 요구하는 불요불굴의 혁명전사 모습이구나”하는 실소가 타진다.

북한에서 수십 년 배웠지만 한 번도 현실에서 보지 못했던 ‘불요불굴의 혁명전사’의 모습을 남한에 와서 본 것이다. 유치원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반복해 배웠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만큼의 전사는 북한 주민 중에는 한 사람도 없다. 북한 주민은 투사가 아니라 노예였기 때문에 투쟁해야 할 필요도, 투쟁할 대상도 없는 것이다.

며칠전 탈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한결같이 “저런 혁명전사는 북조선에서도 없다”고 감탄(?)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집요한 그들의 의지는 투쟁정신인지, 권력의지인지 분명치 않다.

이석기·김재연의 ‘불요불굴의 투쟁의지’는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교육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김일성·김정일도 불요불굴의 혁명전사다. 김정일이 가진 불요불굴의 혁명투지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는 오늘의 북한 현실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후계자가 되자 자신을 ‘인민의 지도자’, ‘어머니당’이라고 부르게 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자신의 절대권력을 위해 3백만이 넘는 인민을 굶겨죽였고 후계자 통치기간까지 합쳐 약 40년간 수십 만을 처벌했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죄책감을 가져본적이 없다. 오히려 “총소리를 울려야 겠다”고 수시로 협박했고, “나에게는 충성스러운 3백만의 당원과 군대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김정일은 대량아사로 북한 주민이 동요하자 ‘강성대국’, ‘강성대국 대문’이라는 거짓으로 기아와 독재를 지속시켰다. 그렇게 그는 지난 40여년간 인민의 지도자라는 주장을 거둔 적이 없다. 오늘의 참혹한 북한 현실은 이처럼 김정일의 불요불굴의 독재권력 의지로 따른 결과다. 

이런 김정일의 신념을 이석기·김재연에게서 본다. 이석기·김재연은 북한의 세습독재와 인권, 주체사상, 지도자를 비판하지 않는다. 북한 체제와 수령에 대한 믿음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김정일이 그랬듯이 자신들의 목표가 달성되면 그 신념을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따라주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 국민이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인지, 미래에 그들이 세운 또 다른 이념 독재국가의 신민(臣民)인지는 그들만이 알 것이다. 지금도 그들은 현실과 현재는 내 편이 아니지만 언젠가 자신들이 승리하면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