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혈육의 정 나눈 남북의 가족들

제15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10일 남북의 이산가족은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삼일포 참관 등을 통해 친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가슴에 담아뒀던 정(情)을 나눴다.

이동덕(88) 할머니는 1968년 고기잡이배를 타고 나갔다 납북된 아들 김홍균(62)씨와 북녘 며느리 고순희(56)씨를 만나 “이렇게 아들과 며느리를 만나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김씨의 동생 강균(54)씨는 “오늘 개별상봉에서 편안하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서로 많이 이해하게 됐고, 그동안 살아온 얘기도 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 처음 만난 형수님은 좋은 분”이라고 즐거워 했다.

강균씨는 또 “형님이 북에서 어머니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형님이 이번에 ’둘째인 네가 어머니를 잘 모시고 있어 한시름 놓는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신의주에서 기계공장 반장으로 일하다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 고씨는 이날 공동중식에서 시어머니와 시동생의 접시에 음식을 계속 놓아주며 남녘에서 온 가족을 각별하게 챙겼다. 고씨는 “우리 둘째 아들이 삼촌과 꼭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머니 이씨는 이날 차멀미로 몸이 불편한 며느리에게 약을 먹이고 안쓰러운 모습으로 바라보는 등 가족의 정이 뜨겁게 오갔다.

다른 납북자.국군포로 가족들도 첫날보다 한층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했다.

정혁진(72)씨는 전날 형 정용진씨의 행방불명 이유를 놓고 ’월북이냐, 납북이냐’며 북녘 조카들과 설전을 벌였지만 이날은 조카들과 ’화해의 건배’를 나눴다. 조카 철민(43).철성(39)씨는 차례로 삼촌에게 맥주를 따라주며 건배를 제의했고 정씨도 흔쾌히 잔을 부딪혔다.

형 이중우씨가 인민군에 자진 입대했다는 북녘 형수 조은현(69)씨의 주장에 말을 잇지 못했던 이양우(75)씨 역시 이날 형수와 나란히 앉아 음식을 나눴다.

시동생은 형수의 접시에 떡을 놓았고 형수는 다시 시동생의 앞자리로 고기가 담긴 그릇을 옮겨놓았다.

또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상봉행사에 참여한 북측 고남철(42)씨는 남녘 삼촌들에게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술을 조금 드셨는데도 얼굴이 빨개지셨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삼촌 고성지(79)씨는 “우리 집안은 원래 술을 좋아한다. 술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깡패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너희 아버지나 우리나 매한가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금강산=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