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급감했지만 서신은 꾸준히 왕래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03년 한해 1362건에 달했던 제3국을 통한 이산가족 간의 접촉은 지난해 35건, 올 상반기 8건 등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서신상봉 만큼은 매달 1∼2건씩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상봉이 중단된 지 이달로 꼭 1년이 된다. 현재 정부는 남북협력기금법 등에 의해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최대 300만원, 생사확인시 100만원, 서신교환에 대해서는 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집계한 서신상봉 건수 등은 사후에 지원금을 받아간 사례만 포함하고 있어 미신고 건수 등을 더하면 ‘비밀 서신상봉’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가족상봉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으로 전면 중단됐다가 2010년 10월 1년3개월 만에 간신히 재개됐지만, 1개월 뒤 터진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또다시 전면 중단됐다.


서신교환은 주로 북한 주민이 남한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해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들이 주로 노인들이다 보니 편지는 약을 보내달라거나 약을 사기 위한 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통일부는 지난 8월 북한 주민 3명이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남한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내용도 공개했다. 


“이 형은 뇌혈존(뇌혈전)으로 수족을 못 쓴다. 이제는 집에 드러누운 몸이 돼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처도 앓고 있고 이제 와서 너희의 도움을 받아야겠구나. 허용하는 범위에서 도와달라.”


이정석(가명) 씨가 보낸 편지에는 북한에서의 궁핍한 처지를 동생에게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정도로 면목없어 하는 형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씨는 또 “어머님 제삿날인데… 불효한 이 자식의 죄책이 크다”며 부모에 대한 죄스러움도 편지에 담았다.


박지순(가명) 씨는 “북한에는 없는 약인데 구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오기도 했고, 김철수(가명) 씨는 “군복무 하는 손자가 임파선이 부어 군병원에 입원했다. 며느리가 돈을 가지고 병원에 가 약값을 내고 왔다”며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약과 관련된 (편지) 내용이 2건 중 1건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제3국을 통한 서신상봉은 이산가족들의 ‘숨통’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북한 당국의 단속강화 등으로 ‘중개 수수료’가 올라가는 등 점점 더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북한 주민은 편지에 “예전에는 초병에게만 돈을 주면 됐는데 이제는 간부에게까지 줘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돈을 얼마나 써야 오겠는지, 얼마나 아슬아슬한지….”라며 단속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설명했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남한 배경이 나온 사진이나 남한 기업체의 상표가 들어간 물품 등은 절대 보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단속이 강화되면서 서신교환을 중개하는 사람들도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동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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