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눈물 젖게 한 이산가족 상봉이 오늘로 모두 끝났습니다. 생사를 알길 없던 가족을 다시 만나려니 설레어 잠도 오지 않았지만 만남의 반가움도 잠시어서 안타까움만 더해졌던 눈물의 상봉이었습니다. 이번 이산가족상봉에는 결혼한 지 1년도 못돼서 헤어졌던 80대 노부부,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태어났던 65살 아들이 생전 처음으로 만난 사연을 비롯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98세 구상연 할아버지는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두 딸에게 했던 약속을 65년 만에 지켜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기약 없는 이별을 또다시 하게 되는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더한 고통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산가족들은 헤어지는 사흘째를 가장 못 견뎌 합니다. 살아서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러운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이런 기회마저 얻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남측 신청자만 해도 13만 명이었는데 벌써 절반에 가까운 6만여 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살아계신 분들도 언제 돌아갈지 모를 나이가 많이 든 분들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특별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처럼 가물에 콩 나듯 마치 큰 선심이나 쓰듯이 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는 그리운 가족들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2박 3일이라고 해봤자, 만났다 헤어지고 만났다 헤어지고 한 마디로 면회나 다름없습니다. 정치행사용 보여주기식 면회입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 북측 단장으로 나온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측과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말로만 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이제는 한가한 염원이 아니라 당장 실현해야 할 초미의 문제입니다.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그런 협상 카드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인도적인 견지에서 확실한 약속을 해야 합니다. 살아있다는 확인만 되면 언제든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남북 간의 큰 타협을 이뤄내야 합니다. 조금 있으면 있게 될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큰 타결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