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월남자 가족’은 괴롭다

▲ 제6차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 모습 ⓒ연합

10.4 선언문에 금강산 면회소를 통한 이산가족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의 정례화가 명기되었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북에 있는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국군포로, 납북자, 월남자(6.25 전쟁때 남한으로 내려간 사람) 가족들은 이산가족 상봉이 오히려 괴로울 것이다.

◆ 영상편지, 北 사전검열 가능성 100%…형편 안되는 사람도 많아

북에서 보낼 영상편지는 보위부가 사전검열할 가능성이 100%다. 북한 당국이 미리 각본을 써주고 감독, 연출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영상편지도 작성할 여력이 안 되는 북쪽 이산가족들이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에 성공한 북쪽 가족들은 대부분 납북이든, 월북이든 북한체제에 순응하거나 조금이라도 보탬을 준 사람들이다. 이들은 북한에서 안정된 직장, 수입을 보장받은 사람들이다. 이산가족 상봉에 나올 때 가슴에 달린 훈장을 보면 이들의 신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해방과 6.25 전쟁 전후 북에서 남으로 내려간 가족을 둔 북쪽의 이산가족들은 ‘월남자 가족’ ‘행불자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오랫동안 철저히 격리돼 탄압을 받았다. 대부분 탄광, 광산 또는 심심산골 농촌으로 쫓겨나 그 직계가족은 물론 자식들까지 불이익을 받았다.

이 때문에 월남자 가족들의 생활형편은 일반 북한 주민들보다 훨씬 열악하다. 이런 사람들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북한당국이 보여줄 리 만무하다. 실제 지금까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북쪽의 월남자 가족들이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쪽 가족들과 만난 사례는 적은 편이다.

◆ 금강산 면회소 고정은 문제…‘화상 상봉’은 아픔 더해

북한에 사는 고모를 화상으로 상봉했던 강혜정(가명, 40세)씨는 “보지 못했던 것보다 못하다”며 “80이 넘은 아버지가 운신은 물론 말도 못하시는데, TV화면을 통해 전해오는 여동생의 목소리를 알아듣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가슴만 더 태우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직접 만나면 손도 잡아 보고 함께 식사라도 할 수 있다” 며 “화상상봉하고 난 뒤 아버지가 더 괴로워하신다”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은 북한과 남한을 자유롭게 오가며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 문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시급한 문제는 남북을 통털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이다. 그들이 죽기 전에 최소한 한번은 고향에 가보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금강산면회소로 한정되면 그런 기회는 영원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