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비료, 남북관계 새판짜기 변수될 듯

대북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사업이 오는 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새판짜기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 이후 북한은 새로 출범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한 채 한 달 반 이상 `관망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난 대선 결과로 인해 2007 남북정상회담 이행을 위한 후속 회담들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 보였지만 철도협력분과위원회 회의(1.29~30) 등이 개최됨으로써 대화의 흐름도 가늘게 나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보다 명확해질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남북은 탐색전을 접고 `샅바잡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샅바잡기의 계기는 이산가족 상봉 및 대북 비료지원 등 두 인도적 사업과 관련한 남북간 협의가 될 것으로 당국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남북은 지난 해 11월 제9차 적십자 회담에서 연간 남북 각각 500가족 상봉, 분기별 화상상봉(연 남북 각 160가족) 및 기존 상봉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편지 교환 등에 합의했다.

때문에 이들 사업을 원만히 추진하려면 이달 중에는 올해 화상상봉 및 대면상봉의 구체적 계획을 협의하기 위한 양측간 실무접촉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비료 지원도 과거 1~3월 중 북측 요청을 받아 3~4월부터 지원을 해온 만큼 이달 중에는 북측으로부터 요청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작년의 경우 북측은 제20차 장관급 회담 개최 준비 차원에서 2월15일 열린 실무대표 접촉때 비료지원을 요청해온 바 있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비료지원 문제는 남북 정부 당국이 각각 새로운 대북.대남 정책을 가지고 처음 머리를 맞댈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 출범 전에 논의가 시작될 수 있지만 의미있는 합의는 25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은 시기적으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상호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인식이다.

그간 대통령직 인수위 측에서 나온 언급들로 미뤄 새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되 대북 상호주의 및 실용주의를 앞세워 인도적 지원을 다른 인도적 문제와 연결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2일 한.미.일 신문 공동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략이 아닌 인류 보편적가치 차원에서 거론할 것”이라고 전제, “먹는 문제를 도와 주면서 인권문제를 등한시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인도적 지원을 인권문제에 결부시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도 “비료 제공 같은 인도적 지원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인도적 지원에 나서려면 납북자.국군포로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한 북측의 화답이 필요하다는 것이 새 정부의 기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가 실제 정책으로 입안될 경우 새 정부는 대북 비료지원의 조건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의 진전을 북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결국 이 민감한 문제들을 놓고 남북이 서로 `체면 세우기’를 하면서 합의점을 찾을지, 파열음을 낼지는 이명박 정부 초기 남북관계 판짜기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새 정부는 비료지원의 조건으로 인도적 문제의 진전을 북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대해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향후 남북관계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남북 모두 신중한 접근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