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北 신년사…김정일 맥 풀렸나?

1일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에 발표된 북한 신년공동사설의 특징은 ▲ 핵문제, 대미관계 무언급 ▲ 선군정치 ▲ 경제건설 ▲ 우리민족끼리 ▲ 남북경협 등 4대 분야에 대한 강조가 특징이다.

아울러 올해가 정권 수립 60주년임을 강조하고,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경제생활의 수준을 높여 강성대국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동사설은 전체적으로 힘이 떨어져 있고, 내용이 공허하며, 몇 해째 계속돼온 비사회주의 현상을 우려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경협 지속 여부에 대한 불안감도 배어 있다. 신년사설에서 이처럼 자신 없어 보이는 현상은 이미 3~4년째 계속되고 있다.

◆ 전년도 평가: 우리 당의 선군혁명 노선의 위대한 생활력이 힘있게 확증되고 부강조국 건설에서 커다란 전진이 이룩된 자랑찬 승리의 해였다.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자주의 길로 끝까지 나아가려는 우리 공화국의 원칙적 입장과 의지가 힘있게 과시되었다.

= 지난해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실험에 대한 평가가 빠졌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자주의 길…” 정도로 표현이 격하되었다. ‘우리는 핵강국이 되었다’는 식의 표현이 아니다. 이는 핵문제를 둘러싼 대외전략을 숨기려는 의도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핵문제를 적극 언급함으로써 오히려 군부에게 2.13 합의 등 핵폐기 프로세스가 역으로 강조되는 현상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 정치: 올해에 우리는 영광스러운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60돌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2012년에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100돌을 맞이하게 된다. 강력한 정치군사적 위력에 의거하여 우리 경제와 인민생활을 높은 수준에 올려세움으로써 2012년에는 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으려는 것이 우리 당의 결심이고 의지이다.

사회주의는 우리 인민의 운명이고 미래이다. 적들의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뭉개버리며, 우리의 제도, 우리의 사회주의 도덕과 문화, 우리의 생활양식을 좀먹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 정권 수립 60돌을 강조하고 앞으로 4년 뒤인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언급하고 있으나 내용은 공허하다. 10년째 강성대국 건설을 강조하고 있으나 맥이 빠져 있다. 오히려 “적들의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뭉개버리며..”에서 보이듯 체제수호에 대한 불안감이 엿보인다. 신년공동사설에서 사회주의 제도에 대한 강조는 이미 10년이 넘게 지속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주민들에게 더이상 먹혀들어가기도 어렵다.

◆군사: 인민군대에서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를 높이 들어야 한다. 선군시대 경제 건설노선의 요구대로 국방공업발전을 앞세워 자위적 군사력의 물질적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

온 사회에 군사중시 기풍을 철저히 세우고,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를 비롯한 민간무력을 더욱 강화하며, 전국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어야 한다.

=선군정치와 이를 떠받치는 물질적 기반인 군수산업(국방공업)에 대해 강조했다.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를 계속 강조하면서 김정일 정권 수호에 대한 표현이 좀더 강해졌다.

◆경제: 강성대국 건설의 주공 전선은 경제전선이다. 현시기 경제강국 건설의 기본방향은 인민경제의 주체성을 끊임없이 강화하면서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한 현대화를 적극 실현하여 우리 자립적 민족 경제의 우월성과 생활력을 전면적으로 높이 발양시키는 것이다. 인민생활 제일주의를 높이 들고나가야 한다. 현시기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과업은 없다.

= ‘인민경제의 주체성 강화…” 표현은 지금까지 계속 강조해온 ‘자력갱생’의 다른 표현으로 알맹이가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 식량문제에 대한 절박한 사정이 강조되었다. ‘인민생활 제일주의’라는 표현에서 보듯 이번 공동사설에서 가장 강조되는 분야가 경제건설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모든 경제사업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인 지휘 밑에 조직전개해 나가는 강한 규율과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총공격전에서 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근본방도는 우리 당의 선군영도 업적을 지침으로 삼고 모든 사업을 위대한 장군님식대로 해나가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제사업에서도 김정일 개인의 명령형 경제를 유지해가겠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남북관계: 북남 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 선언은 민족의 자주적 발전과 통일을 추동하는 고무적 기치이며 6.15 공동선언을 전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천강령이다.

북남 협력사업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평화와 번영, 통일을 이룩해나가는 숭고한 애국사업이다. 북남 경제협력을 공리공영,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다방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것을 장려하여야 한다.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조국통일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게 확대발전시켜야 한다.

= ‘우리민족끼리’에 대한 절박한 강조가 드러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따른 불안감이 간접적으로 표현돼 있으며, 10.4 선언의 경협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보인다.

이 대목에서 대북지원 문제가 북한을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음을 엿보게 한다. 즉 상호주의 내지 탄력적 상호주의가 대북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해 있다는 의미이다.

전쟁의 근원을 없애고 공고한 평화를 이룩해나가야 한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장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며 남조선에서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을 저지시키고 미군기지들을 철폐하여야 한다. 동족을 ‘주적’으로 삼는 대결관념을 버리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분쟁요소들을 제거하여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 주장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강조한 것이지만 지난해 노무현 정부에 의해 추진되어온 ‘비핵화 이전이라도 평화체제 가능’ 주장과 맥락이 닿아 있기도 하다.

사설은 또 “북과 남의 정당, 단체들과 각계각층은 주의주장과 당리당략을 떠나 민족의 대의를 앞에 놓고 굳게 단합하여 겨레의 통일염원을 실현하는 데 모든 것을 복종시켜나가야 한다”며 “통일에로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에 등을 돌려대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방해하는 친미사대와 매국배족행위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이번 남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인에 대해 간접적으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남한의 새 정부에서도 국제공조가 아닌 민족공조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뒤집어 보면 새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등 국제공조로 갈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한 것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이번 신년공동사설은 경제건설을 강조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신감 있는 모습이 아니라 강성대국, 비사회주의 척결, 인민경제의 주체성, 선군정치와 군수산업 강조, 우리민족끼리 강조에서 보여지듯 최근 10년의 사설의 방향과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북핵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결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군수산업에 대한 강조는 오히려 향후 미북관계에서 잠정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설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남한경제에 대한 의존이 좀더 강화된 측면이 있으며, 이를 애써 무시하지도 않고 ‘경협이 부디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식의 ‘자존심 버린’ 뉘앙스도 묻어나고 있다. 김정일 체제에 힘이 빠져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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