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명절은 아들과 보내렵니다”

“아들 세배 받으려고 32년을 기다렸습네다”

14일 설 명절을 앞두고 만난 귀환어부 최욱일(68)씨는 가족들과 재회한 이후 몰라보게 건강해져 있었다.

지난 9일 설을 앞두고 고향인 강원도 고성군을 찾아 32년만에 부모님 묘를 찾아 한껏 울고 왔다는 그는 “한달여만에 8㎏이나 몸무게가 늘어 58㎏가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아내와 매일 아침 함께 산행도 하고 시가지 구경, 쇼핑도 할 정도로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평생 고기잡이, 농장일을 하며 살아와서 그런지 이제 일을 하고 싶을 정도로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부인 양영자(67)씨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런 건 처음 먹어보는데’라고 하는 게 안스러워 이것저것 만들어 먹다 보니 살이 많이 쪘다”며 웃었다.

최씨 부부는 이번 설을 맞벌이를 하느라 그동안 함께 있지 못했던 아들 내외, 손자(7)와 함께 보낼 생각이다.

납북 당시 생후 7개월이던 아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어머니 양씨와 친지들에게 “진짜 우리 아버지가 맞느냐”고 물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들과 어디 놀러도 가고 좋아하는 화투도 치며 설을 보낼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며 “아들 가족과 설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북에 두고 온 가족 얘기에 이르자 가슴이 아픈 듯 “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안 아프면 사람이 아니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북에서 설 명절을 30년 넘게 지내왔기에 북에 남긴 처와 자녀들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은 클수밖에 없다.

“그해 그해 당에서 정하는대로 2~3일 쉬는데 떡 말고 다른 음식은 거의 없어. 친척들이 만나는 일도 없고…”
그는 “북의 설은 차례도 지내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게 전부”라며 “가끔 형편이 좋을 때는 생선과 술도 한잔 하지만 대체로 어렵다”고 북녘땅의 설 풍경을 전했다.

가족과 생활하며 많이 건강해졌지만 북에서 중국으로 건너갈 때 다친 머리가 아직도 욱신욱신 아프다는 최씨는 말소된 주민등록이 회복되지 않아 병원에 다니지 못하는 등 불편함이 많다.

부인 양씨는 “피랍당시(1975년)엔 납북사실조차 하소연하기 힘든 실정이어서 서둘러 사망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엇보다 주민등록증부터 빨리 발부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