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상된 행동…‘北전략 무력화’ 방안은 뭘까?

북한의 행동이 예상했던 대로 나오고 있다.

24일 북한 당국은 개성관광과 남북간 열차운행을 중단하고,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직원 50%를 이달 말까지 철수시키라고 통보해왔다. 개성공단 상주기업 인력도 절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은 통지서에서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직원 50%를 11월 말까지 철수하고, 입주업체 상주 인원을 절반으로 축소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이 통지해온 내용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행동 패턴도 남북관계에서 늘 해오던 수법 그대로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향후 개성공업지구와 북남관계는 남측 태도에 달려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 “이와 같은 엄중한 사태가 빚어진 책임은 전적으로 북남대결을 집요하게 추구해 온 남측 당국에 있다”는 책임 전가까지 잊지 않았다.

또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통행, 통관 질서와 규율을 보다 엄격히 세우며 위반자들에 대한 강한 제재조치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들 조치는 “1차적”이라고 덧붙였다. 2차 군사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배경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큰 틀에서 두 가지 전략적 방향을 갖고 있다.

첫번째 방향은 이명박 정부를 길들여서 지난 10년 간의 ‘북남관계’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착실히 말 잘 듣고 식량과 비료와 돈을 갖다바치라고 할 때 순순히 갖다 바치라는 뜻이다.

두번째 방향은 미국과 공조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끼리 민족공조’를 계속하면서 ‘미국 말 듣지 말고 우리 말 들어라’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전략적 방향을 기본 축으로 해서 좀더 들어가면 4가지의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 내년까지 북한의 식량사정이 그런대로 괜찮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내년 1월부터 장마당을 ‘10일 장’ 형태로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과거의 농민시장으로 되돌릴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농민시장은 농산물과 남새(채소) , 미가공 1차 식품(오가피 등) 외에 공산품 등은 일체 판매할 수 없다. 김정일의 건강이상설 등장 이후 최근 북한당국은 더욱 주민통제에 나서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개성관광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남한관광객의 북 주민 직접 접촉이 확대되어온 사업이기도 하다.

둘째, 지난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그전보다 좋아졌으며 내부적으로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올림픽 개최 전 중국의 차세대 주자 시진핑 부주석이 방북, 김정일을 접견하여 중국이 상당한 대북지원을 약속했다는 소식이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김정일은 일면 중국의 지원을 확보해두면서, 미국과의 접촉을 더 늘여 남한이 알아서 기어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전술을 쓰려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례에서 보듯이 북한이 미국에 좀더 가깝게 간다해도 중국과 한국이 답답할 것은 없다. 하지만 김정일은 계속 이 전술을 쓰려할 것이다.

셋째, 남남갈등 유발이다.

대남 강경책으로 나가서 남한 내부 햇볕파들로 하여금 ‘거, 봐라! 남한이 대북 강경책을 펴니까 지금까지 쌓아놓은 남북관계가 다 허물어지지 않느냐’는 내부 갈등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처럼 북한의 요구대로만 응해주는 것이 ‘좋은 남북관계’가 될 수 없음은 이제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또 강경책을 쓰는 당사자는 금강산 여성 관광객을 사격한 이후 군인들을 앞장 세워온 북한당국이지, 남한 정부가 아니다.

넷째, 김정일의 좋지 않은 건강상태에서 촉발된 역반응, 다시 말해 다소 ‘오버하는’ 측면도 묻어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정보 당국은 현재 김정일이 ‘병상 통치 중’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김정일이 오히려 평소보다 좀더 강하게 나가는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밑에서 김정일에게 올리는 제의서(보고서)부터 평소 김정일이 지시를 준 방향, 즉 ‘남한을 다룰 때는 고자세로 나가는 게 유리하다’는 등의 ‘익숙해진 습관’에 덧붙여 이명박 정부 출범후 나빠진 북남관계를 감안하여 더 세게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24일자 통지문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을 상대로 ‘얼르는’ 행위까지 잊지 않았다.

통지서는 “우리는 남측의 중소기업들이 남측 당국의 무분별한 대결정책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하여 개성공업지구에서의 기업활동을 특례적으로 보장하기로 하였으며, 남측 생산업체들의 상주인원 가운데서 경영에 극히 필요한 인원들은 남겨두는 것으로 군사분계선 육로차단 조치에서 일단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말은 ‘이명박 정부가 우리 말을 순순히 따르면 개성공단 사업은 계속 되도록 윤허해줄테니, 공단 기업주들이 나서서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리 말을 잘 듣도록 설득해봐라’는, 흔히 하는 말로 ‘얼르고 뭐 먹이는’ 말이다.

또 이명박 정부가 계속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개성공단도 모두 폐쇄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너희들이 중소기업이고 불쌍하니까 도와주고 싶지만, 진정코 북남대결을 원하는 남한 정부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곧바로 전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이미 이같은 북한의 행동이 예상된 만큼 정부는 전혀 흔들릴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남한 정부가 기어들어올 때까지 계속 압박하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봐야 한다. 김정일의 스타일이 원래 그런 식이다. 22일 북한의 조평통은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체제 통일이 목표’라는 발언이 나오자 말자 기다렸다는 듯이 ‘북남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격으로 작은 빌미라도 잡아 나꿔채자는 것이다. 북한이 들고나온 ‘삐라’도 결국 그런 차원에서 나온 작은 빌미에 불과하다.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적 방향은 금강산 관광객을 쏠 때부터 사실상 정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전술이 결정된 이상 우리가 거기에 말려들어갈 이유는 전혀 없다. 먼저 북한이 계속 대남 강도를 높여가더라도 무시해버리는 것이 좋다. 일일이 대응할 필요도 없고, ‘우리는 너희들이 그렇게 나올 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앞으로 너희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알고 있다’는 식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또 정부는 ‘한국 정부는 언제나 미래지향적이고 평화적인 남북관계를 지향해 왔으며, 우리는 남북관계의 파국을 원하지 않으며 언제든 남북 사이에 진정성과 일관성 있는 대화를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을 과시하고 대북정책의 일관성, 진정성을 강조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스탠스는 좋다.

둘째, 이미 다 아는 이야기지만 북한의 국지 군사도발에 대비하는 것이다.

필자 개인의 생각은 김정일이 ‘병상 통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군이 서해 NLL 등지에서 도발해올 가능성은 좀 낮게 보는 편이다. 북한이 서해 NLL에 도발하는 것은 대남전술인 동시에 정전(停戰) 상황에서 ‘교전 상대국’인 미국을 의식한 행위이기도 하다. 즉 미국에 ‘한반도는 여전히 미군과 북한군의 군사분쟁지역’임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마당에 서해에 군사도발을 할 경우 김정일 입장에서는 공연히 ‘사소한’ 사건을 일으켜 미국의 새 행정부에 잘못된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김정일이 오바마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려놓는 행동을 하려면 내년 하반기 쯤, 그것도 일시적인 서해 도발이 아니라 ‘강력하고 효과가 지속가능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5년 9월 방코델타아시아 사건에서 출발하여 2006년 7월 미사일 난사와 10월 핵실험,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김정일의 일련의 행동패턴을 보면, 과거보다 다급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있으며, 때로는 뒷일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만에 하나 ‘김정일의 기분에 따라’ 도발을 할 수도 있음을 감안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에 확실히 인식시키고.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의 대북정책 틀 안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김정일은 DJ(김대중)의 ‘햇볕정책’을 무려 2년 넘게 시험해보는 기간을 거쳤다. 당시 노동당 문건에도 나왔지만, 김정일은 DJ의 햇볕정책을 ‘공화국을 녹이려는 획책’으로 간주하고, 동해 잠수함 사건, 서해교전, 상선위장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등 여러 각도에서 시험을 한 다음, ‘햇볕정책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통일전선부에 ‘햇볕정책 역이용 정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통전부 출신 장진성씨 증언).

이후 남북관계는 시종일관 퍼주면서 뒷통수를 맞고 북한에 끌려다니는 형국이었다. 그 결과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햇볕정책 덕분에 안전하게 산다”(김대중 전 대통령 발언)는 ‘위대한 궤변’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상생 공영정책의 틀 안으로 들어오도록 충분히 기다리는 것이 좋다.

물론 한국정부의 독자적인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단독으로 대북정책을 펼칠 경우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한국이 주축이 되고 동맹국, 우방국이 도와주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이 수행되어야 비로소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정부는 거의 단독으로 햇볕정책을 수행하려 했다. 북한문제를 국제문제로 보지 않고 오로지 남북문제로 보려는 좁은 시각 탓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상생 공영 정책’이라는 깃대를 잡고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초심대로 꾸준히 전개해 가야 할 것이다.

지금 북한이 아무리 별볼일 없이 되었다 해도 김정일 정권이 ‘바보’가 아니다. 햇볕을 쬐면 순순히 옷을 벗는 그런 정권이 아닌 것이다. 창피한 말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이미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김정일이 그래도 전략전술에서는 몇 수나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김정일이 ‘상생 공영정책’을 받아들이려면, 김정일 스스로가 그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김정일로 하여금 ‘상생 공영정책을 받아들여야 그나마 좀 낫겠다’는 판단이 들도록 그런 ‘조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 정권의 어느 실세처럼 ‘어설픈 전략가’ 흉내를 내서는 곤란하고, 국정원, 국방부를 비롯하여 한국사회의 여러 인재들을 제대로 발굴해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당분간 한국 정부를 계속 때리면서 중국, 미국 쪽으로 더 접근하려 할 것이다. 이런 방향은 우리에게 나쁠 게 없다. 김정일 정권이 통미봉남을 해도 한미동맹을 넘을 수 없다. 북한의 ‘통미봉남’은 이미 현실성을 상실했고 ‘관념’만이 김정일의 머리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은 시간을 갖고 미국, 중국과 함께 김정일 정권을 비핵-개방화, 즉 상생 공영의 틀 안으로 들어오도록 국제협력에 힘을 쏟는 것이다.

지금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고 악 쓰는 소리는 상생공영 정책으로 가는 일종의 ‘성장통’ 쯤으로 생각해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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