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南좌파, 北에 민주화 인정 요구해야”

“남한에서 좌파의 몫을 요구하려면 당연히 북한에도 우파의 몫, 즉 민주화 세력을 인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9개월째 체류하고 있는 소설가 이문열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정치 현안에 대한 오랜 침묵을 깨고 북한의 인권탄압에는 침묵하는 남한 좌파세력을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조잡한 한국판 문화혁명의 말기 현상이 진행중”이라고 한국사회를 진단한 뒤 “2004~2005년은 좌파 세력의 커밍아웃 2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위병 세력의 절제 없는 자기 폭로가 이어졌다”며 “정치적 현안은 제쳐놓고 역사・이념・대북정책 문제로 턱없이 벌건 맨살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또 “안보적 불안을 자극하고, 하향 평준화적 평등주의의 의도를 모두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개념에 대해 “한번 진보라 해서 영원히 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진보는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좌파는 진보와, 우파는 보수와 항상 고정적으로 붙어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럽 좌파는 대개 국제주의 노선을 걸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시아로 들어오면서 민족주의를 껴안았고, 우리도 좌파가 민족주의를 선점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족주의는 이미 용도 폐기된 이념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민족끼리’라고 하면 뭔가 거역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또 느껴진다. 문제는 우리의 기형적 민족주의가 값싸게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동원된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의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추진에 대해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이익을 같이하는 것 같다”며 “미국이 전작권 환수로 볼 이익은 무엇보다 한국에서 손을 떼고 싶을 때 손 떼기 쉽게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에 반미정권이 계속 들어서고 국민 다수도 민족주의 포퓰리즘에 넘어가 한국이 더 이상 동북아 방어의 외부 참호 기능을 못하게 될 때, 몸이 가벼워진 주한미군이 동북아 방어의 주진지인 일본으로 쉽게 철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에 있을 대선에 대한 전망에선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신북풍(新北風)이 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정권의 존속을 바라는 북한이 노골적인 무력시위와 정치적 위협을 하거나 이 정권의 대북정책이 성공적이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선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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