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남북관계 첫 단추 어떻게 꿸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대북 비료 지원, 이산가족 대면상봉 협의 등을 계기로 첫 단추를 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사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8년 남북 차관급 회담부터 사실상 연계돼 이뤄져온 대북 비료제공과 이산가족 상봉 건을 계기로 남한 새 정부의 대북 라인과 북한의 대남라인이 상견례를 하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료지원은 매년 1~3월 중 남북간 협의를 거쳐 3~4월 배송이 시작됐던 전례에 비춰 새 정부도 출범한 만큼 ‘논의할 때가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남북이 지난 해 11월 적십자 회담에서 연간 남북 각각 500가족의 대면 상봉, 연간 각각 160가족의 분기별 화상상봉 등에 합의한 만큼 이들 사업을 원만히 추진하려면 양측간 실무접촉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떤 경로로든 비료지원 문제를 제기해 오면 남북 양측이 이산 가족 상봉건과 연계해 구체적 합의를 도출한 뒤 이행하는 것을 가장 무난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전례에 비춰 북측이 경협공동위원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면서 비료 문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외교안보 핵심라인이 미국 전문가들 위주로 채워진 상황에서 남주홍 통일장관 내정자마저 부적격 논란으로 임명이 험난할 것으로 보여 북한이 요구를 해왔을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지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관심은 북한의 요청이 있을 때 우리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쏠리고 있다.

지난 달 대통령직 인수위는 통일부 업무보고를 계기로 인도적 대북 지원은 계속한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그것이 무조건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결국 대북 문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비료지원과 관련, 이명박 정부가 전 정부에서 걸지 않았던 새로운 요구 사항을 북에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2일 한.미.일 신문 공동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략이 아닌 인류 보편적가치 차원에서 거론할 것”이라고 전제, “먹는 문제를 도와 주면서 인권문제를 등한시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인도적 지원을 인권문제에 결부시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적 지원과 연계해 요구할 수 있는 인권 관련 아이템으로는 대표적으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가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지금이 4월9일 총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라는 점도 정부의 입장 정리에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새 정부로서는 조건없는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의 순조로운 출발을 도모하는 방안과 북한의 반발 가능성을 감수하고라도 ‘인도적 상호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각각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놓고 장기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핵 문제의 진전 여부도 대북 지원 결정에 고려사항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료 제공 요청을 해 오더라도 남측이 국내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는 점을 감안, 관련 결정을 4월 총선 및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북한이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보다 분명해 질 때 까지 비료지원 요청을 하지 않은 채 관망 기조를 더 이어갈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북한 문제와 관련, ‘실용주의’ ‘비핵.개방.3000’ 등을 키워드로 한 이 대통령의 취임사가 후보.당선인 시절 입장을 반복했을 뿐 각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담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남측이 먼저 대북 지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대화를 제안해올 때까지 비료 문제 등을 꺼내지 않은 채 한동안 관망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핵문제, 국내 정치적 상황, 산적한 외교 일정 등을 감안할때 총선이 끝난 뒤 5월쯤에나 남북간 정상적인 대화채널이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