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광우병 논쟁’ 국제大토론회를 열어라

글에 앞서:

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광우병에 관한 전문적인 논쟁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영역과 능력 밖의 일에 대한 주제 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광우병 논란에 너무나 많은 오류들이 집적되어 있다는 점에서, 논쟁을 자신의 주업무로 생각하는 철학도에게 적지 않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광우병에 대한 전체적이고 객관적 조감보다는 상대와 절대적 기준간의 재빠른 변환, 배경을 뒤바꿔 일으키는 착시현상, 이미지의 선점, 넘어가기 쉬운 논리적 오류의 역이용 등을 적절하게 정치적 감정과 뒤섞여 급격한 상승기류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가장 신뢰할만한 상식을 떠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몇몇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 상식을 부정할 수 있는 그럴듯한 이유를 우선적으로 공급하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사람은 30개월 이상의 소는 먹지 않는다는 주장이 그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미국사람이 먹는 것과 같은 종류의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할 것”이라는 상식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믿고 싶은 사람에게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수많은 상식적 믿음이 하나 둘씩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 국내외의 자칭 광우병 전문가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하여 TV에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공포의 이미지와 함께 시작하면,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사 논어에 “100명이 옳다고 해도 다시 보라”라는 경구가 있기는 하지만, 대중사회에서 국민의 80%가 확신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따라 믿지 않기란 아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힘들 것입니다.

이 글은 총 10개의 주제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어이없게 무너진 우리의 상식들을 하나하나 복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마지막에 이명박 정부에게 바라는 바를 밝혔으며, 중간중간에 인터넷에 링크를 걸어, 과연 필자가 사용한 소스가 신뢰할 수 있는지를 읽는 분들이 직접 확인하도록 하였습니다.

현재 광우병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소스를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제기구,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검증을 통해 밝힌 소스가 깨끗한 소스에 해당합니다. 물론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적인 정보에 대하여 학문적 비판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그렇게 하는 전문가를 찾아보는 것도 아마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1)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Specified Risk Material)의 의미

EU와 미국의 특정위험물질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에 대하여 논란이 많습니다. 즉 유럽의 기준이 미국의 기준보다 ‘엄격하다’는 점을 갖고 미국산 쇠고기가 ‘덜 안전하다’는 주장이 일반인은 물론 언론, 전문가들에 의해서 끊임 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광우병의 특정위험물질이라는 것의 기준을 둘러싸고 싸우기 전에 이 개념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은 광우병이 이미 ‘발병한’ 소의 부위를 특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광우병이 발병한 소는 특정부위가 아니라 전체가 폐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은 감염력이 있을 만큼 높은 농도로 프리온이 축적된 소의 부위를 말합니다. 광우병이 확인된 소는 전체가 폐기됨으로 SRM의 실질적 의미는 정상소를 위한 것입니다. 즉 12개월이건, 24개월이건, 30개월이건 혹은 그 이상이건 정상이지만 광우병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소들로부터 프리온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확정하는 것입니다. 이때 위를 통해 편도나 회장원위부 그리고 등골을 거쳐서 뇌와 시신경 등으로 변형 프리온이 축적되면서 이동하는 경로가 SRM의 주요 부위가 될 것입니다. 이때 SRM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두 가지 상이한 접근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부위 중, 동물(쥐)실험을 통하여 감염력이 인정된 모든 부위를 특정하여 소의 나이와 무관하게 SRM으로 규정.
(나) 광우병 감염력이 ‘실제로’ 있는 소의 모든 부위들.

(가)와 (나)가 동일하게 보일지 몰라도 실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가)의 경우는 장기의 명칭으로 SRM이 규정되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SRM의 ‘해부학적 정의’라고 할 수 있고, (나)의 경우는 감염력의 실제 존재 여부로 SRM이 결정되며, (나)와 같은 규정을 ‘기능적 정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이한 정의 방식은 일상 및 학문적 맥락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심장의 경우 어떤 X가 혈액을 순환시키는 기능을 가질 경우에, 그리고 그럴 경우에는 모든 X를 “심장”으로 규정하는 기능적 정의를 사용한다면 인공심장도 심장입니다. 다른 한편 이미 기능이 정지된 심장을 죽은 사람으로부터 떼어 냈을 경우에 “심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해부학적 정의를 사용한 것입니다.

물론 기능적으로 정의된 (나)의 감염력 가능성이 SRM의 원뜻에 부합하지만, 실제 그 적용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광우병 속성검사방법은 고농도로 프리온이 농축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광우병에 감염되어 상당히 진척된 잠복기 중의 소로서 양성반응을 보이는 경우나, 광우병 증상이 외부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소 전체가 폐기대상임으로 SRM 제거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다른 한편 정상소로 보이지만 광우병 감염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떤 부위를 제거해야 할지 당연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즉 명칭으로 규정된 SRM을 일괄적으로 적용하자니 감염력에 대한 ‘과대평가의 위험’이 존재하고, 그렇다고 적용 안하자니 ‘과소평가의 위험’이 존재합니다. 과대평가의 위험은 축산산업의 이해관계, 폐기된 부위의 처리와 환경오염문제가 있을 것이고, 과소평가의 위험은 물론 소비자의 건강입니다.

따라서 과대평가된 위험과 과소평가된 위험 모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과소평가의 위험이 제거되었다는 전제하에 과대평가의 위험을 줄여나간다”는 일종의 타협안이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특정장기들을 SRM으로 일괄적으로 규정하여(해부학적 정의), 어느 월령 이상의 소에서는 광우병에 감염이 되었건 안 되었건 규정된 SRM을 몽땅 제거하고, 바로 그 월령 미만의 소에서는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기능적 정의)이 그것입니다.

SRM의 규정에서 이 두 가지 정의방식이 모두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EU와 미국의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다만 EU와 미국의 SRM 규정에서 이른바 “Cut-Off Age”라고 불리는 특정 월령이 다르다는 점과, SRM으로 규정된 부위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Cut-Off Age를 결정하는 근거를 살펴봅시다.

(2) 광우병 검사 결과 가장 어린 나이에 발병한 소의 월령

현재 EU의 과학자들은 광우병 증상 발현까지의 마지막 1/4 기간에 변형 프리온이 고농도로 축적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4로 특정하지는 않고 잠복기의 끝부분 이후와 증상이 발현된 후에 프리온이 고농도로 축적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2001년 이후 EU에서 광우병으로 발견된 가장 어린 소의 월령은 28개월입니다. 유럽에서 광우병 검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1~2004년 사이에 광우병 발병 평균연령은 2001년의 86개월에서 2004년에는 106개월로, 35개월 이하 발병소는 6520건 중 4건이며, 30개월 미만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광우병검사를 시작한 2001년에 28개월, 29개월 두 건입니다. (이 기간 중에 전체 검사수는 4100만회) 즉 광우병의 발병연령이 동물사료 금지조치 이후 높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며, 이 수치가 지금부터 거의 4년 전의 자료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의 기준에서 볼 때 이론적으로 2005년에 21개월(28개월 * 3/4)로 cut-off 할 수가 있다는 점을 유럽식품안전위원회(EFSA)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즉 2001년에 확인된 28개월 된 광우병 소를 고려할 때 감염력이 있는 고농도의 프리온이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월령, 그것이 바로 Cut-Off Age로 도입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일괄적인 Cut-Off Age 이외에도 ‘뼈에 붙은 고기(beef on bone)’의 허용을 위하여 충분히 안정성이 보장되었다는 판단 하에 부분적으로 SRM 규칙을 완화하여 2005년 10월에는 12개월 이상의 소에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했던 척추를 24개월 이상의 소로, 그리고 2008년 4월에는 30개월 이상의 소로 완화 하였습니다. 즉 이때 “30개월 미만의 소의 척추에 광우병 감염성이 없다면 더 이상 SRM이 아니다”라는 것은 기능적 정의에 기초한 것입니다.

다른 한편 미국은 2003년 12월 캐나다에서 수입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2004년 1월 SRM 잠정 규정(SRM Interim Final Rule)을 고시하고 외국정부의 의견을 포함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을 접수한 이후 2007년 7월 SRM 최종규정(SRM Final Rule)을 확정하였습니다. 이 규정집에서 미국은 Cut-Off Age를 30개월로 정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다) 유럽에서 광우병 발병 월령이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
(라) 2002년 이후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광우병 발생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
(마) 유럽의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발병소들은 당시 발생국에서 사료를 통해 돌아다니던 변형 프리온의 양이 미국에 비해 매우 높았던 시절 어린나이에 감염되었다는 점
(바)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빈도 혹은 프리온의 양은 유럽에 비해 훨씬 낮다는 점

즉 광우병의 최저 발생 나이는 어린 소가 많은 양의 프리온을 섭취했을 가능성과 함수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국 소의 Cut-Off Age를 결정한 것입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Cut-Off Age는 모든 광우병 발생국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또 한 지역에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때 변경의 이유가 광우병의 발생 빈도 혹은 광우병 인자의 총량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3) 일본의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소와 미국의 30개월 Cut-Off

일본에서 2003년 10월과 11월 발견되었다고 하는 21개월, 23개월 된(9, 8번째 광우병)의 광우병 소들은 제3의 실험실에서 시험결과 음성으로 판명되자, 일본정부는 조용히 웨이브룩(Weybrook)에 소재한 “영국가축실험실(UK’s Veterinary Laboratories)”에 조직검사를 의뢰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도 음성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두 경우는 현재 국제적으로 확인받지 못한 경우들입니다. (아래 도표에서 광우병 소의 월령과 출생연도를 유심히 보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일부 여론들과 전문가들은 30개월 미만의 미국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계속 주장하여 왔지만, 이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는 억측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일본과 한국에서만 광우병이라고 ‘주장된’ 이 두 경우는 일본정부가 국내 식용도축 쇠고기를 20개월 미만으로, 그리고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2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한 근거제공, 즉 여론몰이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 2005년 말까지 일본에서의 광우병 발생소의 연령분포

따라서 Cut-Off 나이로 24개월이 옳은 지 혹은 30개월이 옳은 지라는 질문을 개별 국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던지는 것은 그 자체가 어리석다는 증거이며, 이러한 기준에 따라 출하된 쇠고기 중 어느 쇠고기가 더 안전한지를 Cut-Off 기준에 따라 따지는 것은 더욱 더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한국의 광우병 전문가는 당당히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우병 인자가 미국에 비해 훨씬 많은 유럽의 소는 이에 상응하여 광우병 감염도 미국에 비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유럽의 소에 더 엄격한 SRM 규칙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점을 부정하는 것은 황사가 날아와 먼지가 많은 날 마스크를 쓰고, 공기가 맑은 날 마스크를 안 쓴다고 해서, 공기가 맑은 날 마스크를 안 쓰는 것이 더 건강을 위협한다는 주장과 똑같은 궤변입니다.

그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SRM에 관하여 유럽기준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스스로 한 가지 질문만 하면 될 것입니다: 유럽에서도 Cut-Off 기준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완화되기 전의 쇠고기와 완화된 후의 쇠고기 중 어느 쇠고기가 더 안전한지, 혹은 더 엄격한 특별기준이 적용되었던 광우병의 원조나라 영국의 쇠고기를 다른 유럽나라의 쇠고기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에서 쇠고기의 안전성은 두 가지 요인에 좌우된다는 점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나라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빈도(돌아다니는 변형 프리온의 총량)와, 다른 한편으로 도입된 SRM 규정(및 철저한 실행)입니다.

즉 SRM의 Cut-Off 월령규정은 광우병은 발생 빈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EU도 월령기준을 앞으로 광우별 발생빈도와 연계하여 완화, 즉 상향조정하려고 함은 물론입니다. 이것이 EU의 TSE-Roadmap입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말해 광우병이 소멸하면, Cut-Off 기준도 그 의미를 상실하고 사라질 것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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