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전략(戰略)을 가진 정부인가

최근,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연평도를 포격하고, 5월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의 내막을 폭로한 이후 우리 정부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우려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관계가 교착된 1차적 책임은 김정일 정권에게 있다. 김정일 정권은 가장 조직화된 폭력, 즉 군대를 앞세워 가까스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군사적 도발로 주변국을 위협하여 대화와 경제적 지원을 강요하고,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을 군사훈련장으로 쉴 새 없이 몰아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김정일 정권이 작심하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조건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우선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지나치게 안일하고 수동적인 태도다.


바둑에 ‘손을 따라 두어서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고수가 둔 곳에 따라두지 않으면 곧 대마가 죽어버릴 것 같은 불안함에 한 수 두 수 상대방이 둔 곳을 따라 두다 보면 결국 패하고 만다는 말이다.


선수(先手), 즉 주도권을 빼앗긴 채 끌려다녀서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손 따라 두기’식 정책이라는 점이다. 김정일 정권의 선공에 대응하는 데 급급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 주민을 굶주림과 인권 유린, 그리고 한반도 긴장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는 선군독재다. 선군독재체제를 개혁개방과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불가능하다.


때때로 북한체제의 근본적 변화 없이 남북정부 사이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것이다. 지난 십수년의 남북관계 경험을 통해 증명되지 않았는가. 따라서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필수조건이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이 먼저 수를 쓰고, 우리 정부는 그것에 맞춰 대응하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남북관계가 교착되었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대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김정일 정권과 호흡을 맞추어야만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간 팽팽한 기 싸움보다 더욱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2천3백만 북한주민이다.


북한 주민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고 개혁개방과 민주화를 추진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데서 우리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간 교착기간을 적극 활용해 북한 주민들과 직접 대화하고 협력하는 길을 터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위한 이러한 정책이 추진될 때 만이 말 그대로 전략을 가진 정권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독재정권은 지난 6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악랄하게 감행되는 반공화국심리모략전’이라는 글에서 “남조선 보수패당이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민간 대북방송들에게 주파수를 배정하고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을 명시해 이들을 반공화국대결소동에 적극 써먹으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리한 전략가는 적의 위협 속에 숨어 있는 약점을 놓치지 않는다. 김정일 정권이 대북라디오와 전단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것이 독재체제를 약화시키는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2천3백만 북한주민을 연결하는 통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민족방송에서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민간대북방송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난 임시국회에서도 끝내 통과되지 못한 북한인권법과 대북방송지원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민간대북방송에 대한 지원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주도적인 대북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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