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왜 류우익 카드를 꺼냈나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류우익 전 주중대사를 내정했다. 야(野)4당이 현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까지 낼 정도로 통일부 장관 인사 문제는 세간의 관심사였다.


여야 정치권의 현 장관 교체 요구는 류 전 대사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이 대통령에게 이심전심으로 힘을 실어준 결과가 됐다. 속내야 다르겠지만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장관 교체에 중지를 모은 이상 류 전 대사의 신임 장관 임명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류 전 대사는 대북정책 추진에서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주중대사 시절에 베이징 남북 대사관 사이에 핫라인을 놓으려는 시도가 있었고, 스스로 남북 간 가교 역할을 희망하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장관이 바뀌면 정책의 색깔이 바뀔 수 있다”며 류 전 대사가 현 장관보다 유연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재 남북간이 처한 상황은 류 전 대사가 장관에 부임한다고 해도 만만치가 않다. 당장 천안함·연평도 문제만 봐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천안함, 연평도 우회전략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 때문에 류 전 대사의 유연함과 대화 노력이 빛을 발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에 류 전 대사를 고집한 것은 류 전 대사의 성향이나 측근 챙기기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촛불시위 책임을 지고 사퇴한 최측근 인사를 각료에 재기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악수이기 때문이다. 일단 원칙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남북 간의 ‘문제’를 복심(腹心)을 통해 풀어가고자 하려는 의도로 봐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지 천안함·연평도 사건 해결과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 또한 임기 내에 남북관계를 일단락 짓고 싶은 생각도 포함할 것이다. 결국 이 문제풀이의 정점은 이명박-김정일 정상회담일 수밖에 없다. 이번 장관 교체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시동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지 9개월도 되지 않아 대북정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내심은 바닥을 보였다. 원칙을 고수하려는 보수진영을 제외하고는 사실 지금의 대북 접근을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이나 진보좌파는 이를 남북 대결정책으로 몰아세우고 있고, 여야는 더 이상 남북관계 악화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국민 여론도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좀 더 커지고 있다.


그나마 남북관계에서의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고치겠다는 정부 내 원칙론자들의 의지가 일관된 정책의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국내 전반의 피로감과 내년 총선, 대선 등의 정치적 상황이 개입되면서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소신도 자의든 타의든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일부 장관 인사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류 전 대사가 통일부 장관이 되면 말 그대로 ‘유연함’이 대세가 될 것이다. 이 정부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이면 양단의 결판이 날 것이다.


류 전 대사의 유연함이 과연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우회하지만 남북관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여론의 지지로 이어질 것인지,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고 일관된 정책을 유지했다는 평가마저 날려버리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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