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김정일도 카다피가 될 수 있다”

▲ 이명박 전 시장과 오버도퍼 교수 <사진=안국포럼 제공>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리비아식 해법을 제시했다.

이 전 시장은 8일 오전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존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만나 “한반도에서는 핵을 무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동안에 통일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김정일에게 핵을 가지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북한에게 낫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에 있을 때 카다피 대통령을 만난 일이 있다. 그 때도 미국이 리비아에 경제 봉쇄를 실시했지만 영국의 협상 역할에 힘입어 핵을 포기하고 개방했다”고 했다. “우리도 김정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고 동시에 북한을 개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미국의 경제봉쇄 후 카다피가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성장을 하기 어려워지며, 리비아 국민들의 불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카다피도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국민여론과 경제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북한도 이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또 북핵 해결을 위해 미·북간 양자회담이 성사되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북핵사태, 美·北 양자회담으로 풀어야”

오버도퍼 교수는 “리비아 문제는 영국도 역할을 했지만 미국 국무부나 CIA 담당 정보요원들이 수 년 동안 리비아와 비밀회담을 벌인 결과 해결될 수 있었다”며, 이런 측면에서 “부시 대통령이 힐 차관보에게 김계관과 단독으로 만날 수 있게 허용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시장은 오버도퍼 교수의 말에 공감의 뜻을 밝히고 “6자회담이란 공개된 회의에서 사태가 진전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결국 6자회담 안에서 미국과 북한이 별도로 깊은 대화를 해야만 이 문제가 성공할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슈퍼파워(Super power)이긴 하지만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같이 구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미국의 일방주의로 21세기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가 됐던 고유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힘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낫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버도퍼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의 이전 주장에 대해 “북한이 선군정치를 계속 추진하는 정권이란 것을 감안할 때 그런 생각을 피력했던 것”이라며 “이제껏 많은 장군들을 만났지만 자신의 무기고에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자 하는 장군은 만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오버도퍼 교수는 또 한미관계에 대해 “2000년 부시의 집권이후 미국의 정책은 오른쪽으로 많이 갔고, 2002년 선거 이후 노무현 정부는 왼쪽으로 많이 갔다”며 “그러나 상황이 이보다 더 악화되지 않았고, 양국 정부가 비교적 합리적으로 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우리가 볼 때 위기상황은 아니지만 신뢰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에는 평가에는 동의한다”며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 되면 양국관계가 훨씬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