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與野 연합군과 ‘대운하’ 걸고 한판 승부

▲ 29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공정 경선을 다짐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반도 대운하 전쟁’이 시작됐다. 운하를 지키려는 자와 함몰시키려는 자들의 싸움이다.

전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제분야 정책토론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운하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다음날 30일 탐색전을 마친 각 후보진영은 대운하 공약을 두고 본격적인 공격과 방어를 주고 받았다.

경쟁의 대상인 당 경선 주자들은 물론 범여권까지 작심한 듯 이 전 시장의 ‘대 운하’ 구상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마치 이 전 시장이 ‘대 운하’에 갇힌 채 당내 경선 후보그룹과 범여권 연합군에 포위된 듯한 느낌까지 준다.

양강 구도를 보이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공개질의에 답변을 요구했다. 또한 정책 전문가간 공개토론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정책토론회에서 이 전 시장이 약점을 보인 만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역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태세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서 대운하 공격 전면에 나선 선봉장들은 유승민∙이혜훈 의원. 박 전 대표는 이날 ‘당심’ 행보에 주력했다.

이들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여론조사 지지도 1위의 신기루 위에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던 점이 정책토론회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고 매섭게 몰아 붙였다.

이들은 “물류(수송)의 목적은 전체 목적의 20%밖에 안 된다”는 이 전 시장의 전날 토론회 발언을 문제 삼고 운하 건설의 목적을 되물었다.

유 의원은 “1996년부터 10년 동안 ‘경부운하는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해 온 이 전 시장이 이제는 물류운하를 관광운하로 둔갑시키고 있다”면서 “운하의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말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땅을 뚫어 만드는 ‘경인운하’에 반대한다”는 이 전 시장의 주장에 대해서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 사업과 연계해 확장하는 사업이므로 경인운하에 반대한다면 경부운하에도 당연히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여기에 홍준표 의원도 가세했다. 홍 후보측은 “대운하 자료만 라면박스 두 개 분량”이라며 “한반도 대운하는 이 후보가 내세운 공약의 전부나 마찬가지인데 확실한 검증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없다”며 본격 공세를 예고했다.

고진하 의원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갔다. “경선 이후라도 ‘1천만 서명운동’을 벌여 반드시 막겠다”고 선언했다.

범여권도 이 전 시장을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송영길 열린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인운하나 경부운하의 기술적, 환경적 검토나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후보의 경부운하 구상이야말로 선거 공학적인 포퓰리즘의 극치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원혜영 최고위원도 “대형 국책사업이 갖는 ‘거품형 기대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국가의 환경과 경제정책에 큰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강봉균 통합추진 위원장은 “물류절감과 관광진흥 효과가 의문시되고 환경을 파괴하고 식수를 오염시킬 위험성이 커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측을 비롯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공세에 범여권까지 가세하자 이 전 시장 측은 “환경오염이나 식수원 문제는 없다”고 즉각 대응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답변이 미흡해 추가 답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정책 경쟁에 들어간 출발선에서 부터 이 전 시장에 집중되는 공세에 이 전 시장의 버티기도 지켜볼 대목이다. 여야 연합군의 ‘대운하’ 파상 공세를 뚫고 이 전 시장이 운하를 지켜낸다면 이 전 시장 대세론은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