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1년…올해 비핵-개방의 틀로 北 밀어넣어야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차츰 정상화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반면,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 여론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동서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긍정적’이란 평가가 57.6%로 ‘부정적’이란 응답 37.4%보다 높게 나타났다. 조선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44.4%) 다음으로 대북정책(33.5%)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남북관계 경색의 이유는 ‘북한의 대남정책 때문’이라는 응답이 63.0%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27.4%)이라는 답변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SBS 시사토론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남북관계 경색이 북측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이 52.5%였고, 남측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은 28.7%에 그쳤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지난 10여년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대북인식이 합리적으로 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햇볕정책 시기 남북 당국간에 대화가 계속되고 대북지원과 교류가 많아지면 ‘남북관계가 좋다’는 일방통행식 인식이 있었다. 물론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많고 다양해지면 남북관계가 좋아진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남북간 대화와 교류협력은 남북관계가 궁극적으로 좋아지기 위한 ‘수단’ 또는 ‘경로’일 뿐이다. 남북관계가 지향하는 목적은 ▲현 남북관계가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폐기에 기여하고 있는가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동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먹는 문제를 비롯한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북한주민, 납북자, 국군포로 등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현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한반도평화체제, 평화통일로 가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는가 등이다.

대북정책과 남북 교류협력이 이상의 남북관계 목적에 부합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서해에 남북교전이 일어나든지 말든지, 북한이 핵실험을 하든지 말든지 그저 남북 당국간 대화가 지속되고 있느냐, 교류협력이 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의 군사적 충돌을 ‘햇볕정책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우발적 사건’ 정도로 치부하는 정부의 잘못된 인식이 있었다. 교류협력을 무조건 우선시 하다 보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보랏빛 ‘희망사항’만 강조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남북 당국간 어떠한 대화라도 계속 되기만 하면 마치 남북관계가 좋아진다는 착시현상에 빠져 있었다. 그것은 당시 정부가 국민들의 대북인식을 그런 식으로 호도(糊塗)한 책임이 크다. 어떤 경우에는 북한이 경제지원을 더 받아내기 위해 전술적으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면 마치 남한의 보수진영이 강경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덮어씌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조금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 남북관계 경색의 이유가 ‘북한의 대남정책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63.0%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27.4%)으로 보는 경우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그만큼 국민들의 대북인식이 성숙해졌고, 합리적으로 되어간다는 뜻이다.

2월 25일은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이다.

새 정부 출범 1년은 사실상 그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별 준비도 없이 출범했다가 곧바로 이른바 ‘광우병 사태’로 좌파세력에게 크게 한방 얻어 맞았다. 아무런 이론도, 미래전망도 없는 다 찌그러진 친북좌파의 단순한 선전선동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정부 출범 후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허비했다. 촛불 100일간 법치주의를 세우기는커녕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무대책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가 무기력을 보인 배경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부족-국가비전 설계 및 대국민 홍보 미흡-정책 수단의 미흡 등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부족, 즉 자유민주주의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부족이 원인이었다.

자유민주주의는 필요하면 지키고, 필요 없으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운영의 기본 뼈대이다. 이 뼈대에 각종 정치 경제 사회문화 분야에 ‘정책’이라는 살을 붙이는 것이다. 그 정책들은 때로는 성장에, 때로는 복지에, 그 해당 시기의 사회적 상황에 맞게 적절히 채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철학의 빈곤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그 틈새를 좌파진영이 뚫고 들어와 대통령 선거 불복종을 목적으로 광우병 난장판을 벌인 것이다.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그 실천 수단인 법치주의에 허점이 생기면 언제든 좌파 및 친북파들이 틈새를 뚫고 들어올 것이다.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상대적으로 돋보인 분야가 뚝심 있게 원칙대로 밀고나간 대북정책이었다. 앞으로도 김정일 정권이 무슨 짓을 하든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옳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북한을 우리의 대북정책 틀(frame) 안으로 밀어 넣을 수만 있다면 대성공이다. 지금 김정일 정권이 미사일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배경에는 한미(韓美) 양국이 만들어가는 대북전략의 틀 안으로 떠밀려 들어가지 않고, 자기네들이 남 북 미 게임의 새 틀(frame)을 짜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김정일 정권에게 불리한 여러 어젠다-핵문제, 개혁개방 문제, 인권문제 등-를 수면 아래로 잠재우고 ‘미국과 북한간의 군사 어젠다’로 압축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이다.

93-94년 김정일 정권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한 핵사찰 요구를 제치고 ‘미국 나와라’고 요구하면서 미-북간 핵위기의 어젠다를 만든 다음,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결국 미국과의 양자 게임에서 이겼다. 남한은 경수로 제공을 비롯한 대북지원의 ‘봉’이 되었다. 지금 김정일 정권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군사 어젠다로 미국과 양자협상을 벌이며 남한을 미-북간 협상의 ‘종속변수’로 밀어 넣는 게임의 틀을 새로 한번 짜보려는 것이다.

물론 93-94년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 구체적인 부분까지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지금 김정일 정권이 처한 내외적 사정은 당시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다르다. 하지만 김정일이 처한 여러 내부적, 대외관계적 난관을 한방에 타개하는 출로는 ‘미-북간 군사 어젠다 협상화’ 외에 달리 선택할 전략이 없다.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먼저 한미관계의 복원에 중점을 두면서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바둑으로 치면 나의 말(馬)부터 먼저 2집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옳은 전략이다. 그러나 올해는 북한의 이 같은 전략을 무력화 하는 한편, 우리의 대북정책 틀 안으로 적극적으로 북한을 밀어 넣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위험한 게임을 할수록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 먼저 우리가 전략 플랜을 갖고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활용하여 북한을 비핵-개방으로 강하게 밀어 넣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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