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미.일.중과 관계설정 마무리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오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일본,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설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는 취임 이후 지난 10년간의 ‘좌파성향의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4강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과 새 집권세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의 새 관계는 ’21세기 전략동맹’과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세대 개척’,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요약된다.

한국과 미국간 ’21세기 전략동맹’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정서적으로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한.미 관계를 한층 가깝게 하면서 보편적 가치와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 이익의 확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1세기 전략동맹’에 대해 “21세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협력, 협조하자는 것”이라며 “핵물질 확산을 방지하고 어린이들에게 교육환경을 제공하며 아주 자유롭고 공평한 무역환경을 제공해 번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보 분야에 국한돼있던 한미동맹의 차원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의제를 놓고 협력하는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자는 취지가 엿보인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달 15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 주류사회의 대표적 친한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만찬 연설에서 “21세기의 새로운 국제환경에 직면해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마스터 플랜을 짜야한다”면서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의 3원칙을 제시했다.

반세기가 넘는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한.미 양국이 국제환경에 맞춰 앞으로도 윈-윈할 수 있는 동맹의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것으로 외교가는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곧이어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과거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중시하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시대 개척’을 이끌어냈다.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국제 사회에 함께 기여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층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확대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우리가 과거사를 묻어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기존의 틀을 깨고 국력에 상응하는 본연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미래의 지표로 설정했다. 한중관계를 모든 분야에서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느껴진다.

한중관계는 지난 92년 8월 수교 당시 경제.통상분야에서 출발, 98년 `21세기 한중 협력동반자 관계’와 2000년 `전면적 협력관계’, 2003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합의를 거치면서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문화, 지역협력 등 모든 분야에서 확대.발전돼 왔으나 전략적 단계로까지 진입하지는 못했다.

지금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중국이 내부적으로 설정하고 5단계의 비전략적 관계중 최상위 단계에 해당한다.

전략적 관계에는 총 6단계가 있으며 최상위가 자동 공동 군사대응을 수반하는 동맹관계며 그 다음이 북한과 맺고 있는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다.

그 아래의 4단계는 비슷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와 이번에 맺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러시아와 인도 등이 우리와 같은 수준의 관계를, 일본은 전략적 호혜관계를 중국과 각각 맺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 중국과 공감한 새로운 관계는 ▲한미 동맹의 강화를 도모하면서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으며(일본) ▲경제 및 인적 교류는 물론 외교.안보 등 전방위적인 관계로 격상하자(중국)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4강의 한축인 러시아와는 에너지.자원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축으로 새로운 관계발전의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에서 한국의 역할을 ‘균형자’ 등으로 설정하고 주변 강국과의 관계를 바꿔보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통적 우방을 중시하고 실용외교가 지향하는 실리를 추구하는 지향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무대에서 ‘윈-윈’하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주고받기’와 기싸움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주도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체제(MD)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이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견인할 수 있지만 중국이 날까롭게 반응할 수 있는 이슈가 된다.

또 과거사 문제의 경우 한국과 중국이 한목소리로 ‘진정한 반성’을 전제로 한 일본과의 협력을 추진하겠지만 일본 내부 정서상 일본 정부의 운신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한국과 중국이 군사.안보적으로 가까워질 경우 북한은 전통적 맹방인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비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도 안게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다자 외교무대인 6자회담의 유용성이 부각된다.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무대에서 관련국가들이 새롭게 정비된 양자관계를 테스트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제시된 새로운 슬로건을 실천적 강령으로 승화시키려면 합의된 내용을 진정으로 이행하려는 국가적 실천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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