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중국은 대국(大國)을 자처하는가

한국과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관한 중국의 압력이 거세다 못해 더티(dirty)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한국산 불매운동, 한국 관광상품의 판매중단을 넘어 한국 기업에 대한 폭력행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치졸함은 과연 중국이 대국(大國)이라 불릴 수 있는 풍모를 지녔는지 고개를 젓게 한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은 도둑을 잡으려는 손을 제지하며 손톱에 때가 낀 불결한 위생상태가 자신들의 건강을 해칠 거라고 반발하는 황당한 모양새에 비유할 수 있다.

지난 1월 6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 천하이(陳海)는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에 대항해서 되겠냐며 한국의 위상을 폄훼했고, 또 너희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백보를 양보해서 한국이 소국, 중국은 대국이라고 치자. 그러면 그런 소국을 협박해서 안보 불안을 더 가중시키는 게 대국의 풍모인가. 

3월 7일자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서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의 왕쥔성(王俊生) 부연구원은 만약 이번 기회에 (중국이) 한국에게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지 못하다면, 향후 한국은 미국의 전략 무기 혹은 핵무기를 들여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알고도 외면하는 것인지 중국의 문제인식이 참으로 의심스럽다.

한편, 3월 8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는 이웃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한국 자신을 더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한국이 느끼는 안보 불안엔 아랑곳하지 않는 자신들의 행태는 이웃에 대한 도리인가? 사드 배치로 한국 자신이 더 위험한 지경으로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은 중국이 사드와 관련 한국을 군사적으로 타격하겠다는 위협인가? 북한의 핵개발에 관해서는 왜 그렇게 강경한 언사마저 구사하지 않는 것인가?

문제의 근원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한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북한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 때문이었다. 특히 2014년 3월 26일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추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 이전에는 중동 지역 등을 담당하는 미국의 중부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서로 사드 배치의 시급함을 주장하며 사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었으나 북한의 노동 미사일 발사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주장의 손을 들어줬다.

북한 노동미사일의 사거리는 1300km 정도 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4년 3월 당시 북한은 노동미사일을 고각 발사하며 사거리를 650km 정도로 줄였다. 사거리 650km면 발사 지점에 따라 한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고각 발사로 미사일의 낙하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이처럼 빠르게 낙하하는 노동미사일을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방어하기는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스캐퍼로티(Curtis Michael Scaparrotti) 장군은 본국에 사드 배치를 강력 요청했고 애슈턴 카터(Ashton Baldwin Carter) 당시 국방장관이 직접 개입해 한반도 배치를 결정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볼 때 사드 체계가 중국을 겨냥한 군사 무기라는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며 사드 배치는 순수한 방어적 차원의 무기라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미 양국이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대국답지 않은 처신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들이 사드 배치로 엄청난 안보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국이 느끼고 있는 안보 불안은 그보다 더했지 덜하진 않은 것이다. 사드 배치가 진정 신경 쓰이고 불안하다면 한국과 미국으로 하여금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면 된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이므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미사일 실험을 단념하도록 중국이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압력을 행사한다면 한국과 미국은 값비싼 비용을 들이면서 해야 하는 사드 배치를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을 자신의 전략적 자산으로 남게 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안보 수단인 사드 배치마저 무산시키려는 중국의 의도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욕심에서 한국을 소국으로 얕잡아보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진정 대국이라면 이웃 나라(중국에게 이웃 나라가 한국인지 북한인지는 모르겠지만)의 고민을 헤아리고 그것을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자신의 비위에 거슬린다고 이웃한 작은 나라를 힘으로 억누르려 한다면 그것은 대국의 자세가 아니라 덩치 큰 소인배의 작태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