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타결, 北核 협상이 오버랩되는 이유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표적인 학자인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美 시카고대 교수에 따르면, 국제적 협력에 있어 목적달성을 가로막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국가들이 상대적 이익만을 고려하는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국익을 위해 상대를 기만하려는 자세다. 키팅(Joshua Keating)은 공통의 목적을 지닌 회담이라 할지라도 개별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공통분모가 합의된 결정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기도 어려울 수 있음을 지적해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을 보다 구체화시켰다. 두 학자는 마치 북핵 협상의 역사를 웅변하고 최근 타결된 이란 핵협상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하다.

지난 24일 10여 년을 끌던 이란 핵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은 5% 수준 이상의 우라늄 농축 중단, 기존 20% 농축 우라늄의 농도 낮추기, 원심분리기 추가 설치 중단, 지하 농축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상시 사찰 허용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것은 6개월짜리 잠정적 합의안이다.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이행기간을 거친 후 양측이 포괄적 해법을 합의할 때 다시 얼굴을 붉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전면 금지한다거나, 기존의 원심분리기를 해체하는 수준의 합의안까지도 도달하지 못했다.

이란은 이번 합의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일부 풀려났기 때문에 향후 6개월 동안 동결 해외자산 42억 달러의 회수를 비롯하여 석유화학 제품과 차량 관련 품목 등 19억 달러 상당의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전체적으로 약 70억 달러의 제재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합의에 대해 미국과 이란 양국에서는 만족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합의의 진정성에 관해 불만을 표하는 상황이 양국 모두에서 점차 늘어가고 있다. 예컨대 미국 내에서는 민주, 공화 할 것 없이 이란의 핵포기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보수적인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24일 전격 발표된 합의안에 대해 “이란도 북한처럼 뒤통수를 때릴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공개 비판에 나섰다. 존 베이너(John Boehner) 하원의장은 “이란 정권이 역사적으로 불명확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최종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정성 있게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란이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능력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시급해졌다”고 주문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높아만 가고 있다. 일부 강경파 인사들이 핵협상 타결 안을 놓고 ‘독이 든 성배’라며 반발하는 등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내부의 일부 부정적인 기류를 볼 때 향후 이란 핵협상이 최종적인 합의를 거두게 되리라고 성급히 장담하진 못할 것이다. 미어샤이머가 잘 지적하듯이 국가들은 타국의 의도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기만과 거짓을 자주 동원한다. 이 같은 경향은 국가 최고지도자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이란 핵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미 원자력협정 내용과의 차별성이다. 이번 합의에서 이란은 5% 이상 농축우라늄 생산을 중단토록 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바꿔 말하면 이란의 5% 미만의 우라늄 농축에는 미국이 동의해줬다는 의미다. 미국이 핵무기 제조가 불가능한 5%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이란에 허용한다는 것은 원자력 발전소 가동 등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인정해 주겠다는 뜻이다.

이 점은 한미원자력협정의 내용을 개정하자는 한국 측 논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미국이 내놓은 명분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은 외국과 새로이 체결하는 원자력 협정에서 핵무기 비확산의 관점을 강조하며 해당국이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포기할 것을 명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원자력협정에서도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방침인데 이번 이란과의 핵협상에서는 예외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향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재개될 시 우리 정부는 이의제기와 함께 명확한 협상전략을 갖추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 핵문제에 관한 영향이다. 사실 북한은 이란을 자신들의 오랜 ‘이념적 동지’로 여기고 있었다. ‘반미’에 대한 공통적 인식이 북한과 이란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 그에 따라 북한-이란의 핵 커넥션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러던 이란이 미국과 핵협상을 타결지었다는 소식은 북한정권에게 양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이 자신들의 ‘시간끌며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 전술을 벤치마킹하며 미국을 잘 기만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란 핵협상의 타결이 자신들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 압박은 북한정권에 실제적인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3차 핵실험의 강행으로 북한은 사실상 자신들이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면서 향후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그 성격을 자신들의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회담’으로 변질시키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란 핵협상의 타결은 북한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요컨대 비핵화하겠다는 의지와 그 동기가 불확실한 행위자를 상대로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은 난센스다. 이란과의 최근 합의는 6개월에 한정된 잠정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레 기대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란의 진정성인데 이란이 우라늄 농축의 전면 금지나 원심분리기의 해체까지는 보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에 관해 여전히 물음표가 남기 때문이다.

이 점은 북한 핵문제 쟁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미국과 국제사회는 풍선효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오랜 협상 끝에 핵문제 해결 조짐을 보이자 그간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이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안보불안을 느껴 독자 핵무장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핵무장을 결단하면 중동의 다른 나라들에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의 핵도미노가 예기치 못한 관심사가 될 수도 있다.

상기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이란 핵협상 타결에는 지난날 북한과의 협상과정이 어른거리며 오버랩된다. 북한과 달리 이란은 초범이라는 존 케리(John Kerry) 미 국무장관의 얘기가 위로는 되지만 왠지 좋은 결말이 예감되지는 않는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가 이란 핵협상에서만은 틀린 것으로 판명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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