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 보수파 압승속 개혁파 선전

이란 총선이 끝났다. 개혁파에 대한 보수파의 노골적인 선거 방해로 얼룩졌던 이란 총선은 당초 예상대로 70%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보수파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현 정권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는 온건 보수파와 개혁파가 ‘예상밖의 선전’을 거두면서, 이들 ‘견제 세력’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고집하고 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핵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 국영 통신 IRNA는 16일(현지시각) 대부분의 선거구의 개표가 마무리 된 가운데 보수파가 113석, 개혁파가 31석을 차지하고 무소속이 39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란 정치의 중심지 테헤란은 30석 의석 중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따르는 ‘보수통합전선’이 26석을 차지해 개혁파를 압도했다.

유대계와 기독교계 후보가 5명 당선되어 주목을 끌고 있으며, 나머지 70석은 득표율 25%를 넘기지 못해 한 달 뒤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한 달 뒤 결선투표를 감안하더라도 보수파가 70% 이상의 의석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수파 당선자 중 70명 정도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는가 하면, 개혁파는 무소속 14명이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득표를 둘러싼 양측의 해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상대 후보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저지하며 노골적인 방해공작을 펼쳤던 보수파의 부정 선거 기도에도 불구하고 개혁파가 최소한의 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개혁파들은 이란 국민들의 민심이 이미 아마디네자드 정권을 떠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수도 테헤란에서 아마디네자드 세력이 압승을 거두고 보수파가 전체 선거 결과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함에 따라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남은 임기 1년 반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되었다.

이란 국민들은 선거 전부터 보수파가 자기 세력인 헌법수호위원회를 사주해 개혁파 후보를 줄줄이 탈락시키는 것을 보고, 이번 총선은 아마디네자드와 보수파의 ‘시나리오’에 따른 총선이라는 조소를 보냈다.

작년에만 17%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가중되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아마디네자드 정권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불신은 팽배해 있다. 민심을 진정시키려 추진한 이자율 강제 인하 조치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으며,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휘발유 배급제는 국민들의 불만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석유 부국인 이란에서 석유를 얻으려면 긴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핵 문제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이란 석유에 대한 투자가 끊기자 원유정제시설이 원활히 가동되지 못함으로써 휘발유를 역수입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승용차 한 대당 100리터 이상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핵 문제와 관련, ‘이란 핵 프로그램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총선 승리는 아마디네자드로 하여금 강경 노선을 더욱 고집하게 할 공산이 크다. 돌출적 성격의 아마디네자드와 서방과의 충돌도 더욱 격화될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로 인식되었던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긴 하였으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고달픈 국민들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만일 깊어가는 이란 경제의 침제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이란 정가를 보는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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