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대인 대학살’ 부정 국제회의…비난여론 폭발

▲ 이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이란이 ‘홀로코스트(Holocaust. 유대인 대학살)’를 부정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해 파문을 낳고 있다.

이란은 지난 11~12일, 수도 테헤란에서 ‘홀로코스트 연구- 세계적 관점’이라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주최 측이 밝힌 회의의 취지는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진상을 공정하게 규명하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회의에서는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발표가 주를 이루었다.

회의를 취재한 이란학생통신(ISNA)에 따르면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홀로코스트는 중동을 지배하려는 미국과 영국의 거짓 선전”이라며 “시오니즘 정권의 탄생은 그 도구”라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서구사회는 즉각 이란의 행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마침 독일 방문을 앞둔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이 회의를 “용납할 수 없는 위험한 행위”로 규정하고 독일을 향해 이란에 대한 응당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나치 정권의 전력이 있는 독일의 이스라엘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각별하다”며 “독일과 이란간의 광범위한 경제유대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란의 위험한 행위를 전력을 다해 거부하고 맞서겠다”고 의지를 피력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로마 교황청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홀로코스트는 “부인할 수 없는 인류의 거대한 비극이며, 이를 거부하는 이란의 비이성적 행위를 무관심으로 응대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이란의 행위는 문명세계에 대한 모욕”이라고 선언했으며,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 외무장관은 “용납할 수 없는 역사 수정주의의 부활”로 비난했으며, 캐나다 총리도 “이란은 반(反)이스라엘 인종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서구사회와 核대립…이슬람 명분으로 유리한 국면 조성하고자

이번 회의에서는 ‘인종주의’까지 결부돼 더욱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회의 발표자 중에는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인종주의 비밀결사인 KKK(Ku Klux Klan)의 전 지도자 데비비드 듀크가 끼여 있어 파문을 키웠다. 듀크는 회의에서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가스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인종주의자들과의 결합은 지난 3월 회의 준비단계때부터 이미 예고됐었다. 당시 독일 신나치의 주된 리더로 활동 중이던 변호사 호르스트 마라는 ‘이란이 회의 개최 제의해와 교섭에 응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이란이 독일의 신나치 그룹과 깊이 연계되어 있으며, 인종주의자들까지 동원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었다. 호르스트 마라는 “홀로코스트 주장은 넌센스” 라며 “이란의 계획은 그를 밝혀줄 수 있는 참으로 흥미있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 가장 분통을 터뜨린 이들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이다. 이들은 ‘홀로코스트가 허구라면 내 여동생은 어디로 간 것이냐’고 반문하며 울분을 토했다. 체코에 소재한 유대인 커뮤니티는 이란의 행위를 “가장 비도덕적이며 역겹고 잔인한 만행”으로 규정하고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은 모든 이들을 2중의 슬픔에 빠트리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인간이나 동물을 대량으로 태워죽이거나 몰살하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인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을 독가스로 대량 학살한 사건을 상징적으로 일컬어 왔다. 전쟁에 패한 후 1945년 1월 27일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포로수용소가 해방될 때까지 나치 독일은 약 6백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을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질식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그동안 이스라엘을 부정하는 발언을 수차례 지속해 왔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거나 “홀로코스트는 꾸며낸 ‘신화’”라는 발언을 반복했다. 이번에도 그는 회의에 직접 나와 참석자들과 격정적인 악수를 나누며 격려사를 통해 홀로코스트를 ‘거짓 선전’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은 소련처럼 역사에서 사라질 것”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폭언을 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번처럼 국제학술회의까지 조직해 문제의 ‘홀로코스트 신화’ 주장을 더욱 쟁점화한 데에는 특별히 의도된 다른 목적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명분을 만들어 내려는 이란의 고도의 계산된 행동으로 파악될 수 있다. 그동안 중동에서 패권을 노린 인물들은 모두가 이슬람 사회에 내재한 반이스라엘 정서를 부추기고 자극했다. 2, 3차 중동 전쟁에서 아랍 측을 주도한 이집트의 나세르나 시리아의 아사드는 물론 이라크의 후세인도 지난 걸프 전쟁 당시 연합군의 공격에 ‘애꿎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등 중동의 패자로 등장하려 했던 역대 인물들은 모두가 반이스라엘 정서에 기대고자 했다.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핵문제로 서방과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대립 수위를 극단적으로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을 이슬람적 명분으로 정당화하려는 ‘사전정지작업’ 차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