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로운 핵제안서 작성”…北 따라 배우기?

이란은 자국 핵프로그램에 관한 새로운 제안서를 마련했고, 이에 대해 강대국들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사에드 잘릴리 이란 핵협상대표가 1일(현지시간) 밝혔다.

잘릴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새로운 핵 제안서를 마련했고, 이는 강대국들에 전달될 것”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으로 새로운 핵 제안서 마련을 위한 적절한 힘과 강력한 대중적 지지도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핵문제에 관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은 지난달 31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란이 이달 안까지 국제사회의 핵협상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나온 입장 표명이다.

두 정상은 오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란의 새로운 핵 제안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란이 취하고 있는 핵협상 방식이 과거 북한의 방식과 유사한 모양새다.

국제사회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심에 대해 이란은 민간 전력생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과 UN 사찰단의 활동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이란은 국제사회가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유화적 제스처를 내보고 있는 것도 최근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재개를 노리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잘릴리 대표의 발언에 대해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아직 이란으로부터 새 핵 제안서에 관한 어떠한 메시지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브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우리도 그 보도를 봤지만, 이란 정부로부터는 그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 관리들이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나 이란 핵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점을 언급하면서 “비록 그들(이란)로부터 아직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지만, 우리는 이란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 도리 골드 전 주미 대사는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란이 북한의 흉내를 낼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로 인해 별다른 효력이 없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신 미국과 유럽연합이 신속히 대이란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강경책이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 미 행정부가 대 이란 포용정책을 추구하거나 9월 말까지 핵협상 제안에 응하라는 최종기한을 연장하게 되면 “이란은 자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지난 5월 강행한 2차 핵실험은 1차 핵실험보다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이렇게 2번이나 핵실험을 해놓고도 큰 벌을 받지 않은 채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북한에 약간의 제재가 가했지만, 결국 북한이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