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NAM 회의서 “우리끼리” 강조

핵 프로그램 강행으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는 이란이 29∼30일 테헤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장관급 회의를 기회 삼아 `반미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의 외무장관을 잇따라 만나 결속을 다지고 자국의 핵 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30일 보도한 이란 대통령과 각국 외무장관의 회담 발췌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무라드 메델시 알제리 외무장관을 만나 “테헤란은 알제리의 `제2의 고향'”라고 친밀도를 과시한 뒤 “이란과 알제리는 감정적으로도 연대를 매우 굳건하게 했다”고 말했다.

왈리드 모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에겐 “미국은 경제, 문화, 정치적으로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적(미국)의 음모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역 협력을 더 증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은코사자나 들라미니-주마 외무장관과 회담에선 “남아공은 NAM을 활성화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회원국”이라고 칭찬한 뒤 “핵 문제에 있어 이란은 대화를 하길 바라지만 이 대화는 공정한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는 정치적 문제로 변질한 이란의 핵 문제가 법적, 기술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을 안다”며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적대감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 핵 문제는 이 증오를 계속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 밖에 케냐, 바레인, 투르크메니스탄, 니카라과, 소말리아 외무장관과 만나 이란과 결속을 다졌고 미국 등 서방 열강을 `제국주의자’로 부르며 이들과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9일 회의 개막 연설에서 “(서방) 강대국들은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며 “그들의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그들의 시대가 종말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NAM 회원국이 국제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편향성에 맞서 개발도상국들이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9일 회의에 참석한 박의춘 북한 외무상도 만났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30일 보도했다.

10ㆍ4 남북공동선언과 관련한 내용을 회의 문서에 담는 문제를 놓고 이번 회의에서 남북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관심이 모이는 만남이다.

이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박 외무상에게 서방 열강에 저항하는 길이 승리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미국은 힘을 잃고 있어 해결하기 어려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 정부가 북한과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향상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했고 이에 박 외무상은 “북한 정부는 이란의 빼앗을 수 없는 핵 권리를 지지한다.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극단주의에 강하게 저항하는 이란이 북한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도 시리아, 이라크, 투르크메니스탄, 터키, 요르단, 케냐, 아르메니아, 북한의 외무장관과 만나 양국 협력 증진과 이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사이드 잘릴리 이란 핵협상 대표는 터키, 오만, 레바논, 남아공, 투르크메니스탄 외무장관과 잇따라 만났다.

그는 특히 유수프 빈 알라위 오만 외무장관과 만나 “서방과 협상(19일 제네바에서 열린 핵 협상)에서 서방이 이란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건설적인 새 아이디어는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IRNA는 이들 장관이 “이란이 평화적인 목적의 핵 에너지를 충분히 가질 자격이 있고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제15차 NAM 장관급 회의는 118개 회원국과 15개 옵서버 국가, 8개 국제단체가 참여했다. 비 회원국인 한국은 `게스트’ 자격으로 개막과 폐막식에만 참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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