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反정부 시위’ 유혈 격화…개혁파 무사비 행보 변수

선거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정국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친(親)정부 민병대의 발포로 시위대가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부와 시위대간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16일(이하 현지시각) 전날 수도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서 수십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개최된 반정부 시위에서 일부 시위대가 친정부 청년 민병대 바시즈의 초소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바시즈 대원들의 총격을 받아 최소 7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지난 12일 대선 승리에 개혁파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이 불복하며 시작됐다. 무사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개표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며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 13일부터 매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선거 결과는 ‘신의 판단’이라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중심의 단결을 호소했다가 개혁파 지지자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지자 15일 선거 관리를 총괄하는 헌법수호위원회에 일부지역에 한정해 재검표 명령을 내렸다.

신정(神政) 체제인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그로써도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대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열기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위대는 선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어 재검표로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시위대 총격 사망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전국을 강타한 반정부 시위 열기는 확산일로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위대가 희생자 문제를 이슈로 해 정권을 압박할 경우 이번 사태가 갖는 폭발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발포 책임자 처벌이나 대통령 사과 수준의 요구에 그칠 수도 있지만 대통령 퇴진 등 반정부 시위 성격이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개혁파이긴 하지만 온건 쪽에 속하는 무사비 전 총리가 상황 진전을 원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강경한 대응 아래 시위대의 기세가 한 풀 꺽일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이란 시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뜨겁다. 그동안 중동 문제 해결에 공을 들여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우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왔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을 인정할 수도, 무사비 지지자의 반정부 시위를 응원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시위가 본격화된 직후 부정선거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 “이란 지도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결정은 이란인들에게 달렸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시위대 총격 사망 이후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그는 16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후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폭력사태는 매우 걱정되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란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이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라면서도 “미국은 이란과의 갈등 관계를 고려해 이란 내부의 정치적 상황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며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직접대화를 추진해왔던 기존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러나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약해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직접대화를 통한 외교적 접근을 통해 이슬람권 지역과의 화해를 모색하던 오바마의 ‘중동정책’은 파산에 가까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고비를 맞을 경우 북한 핵문제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17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완전히 다른 대응전략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위압적인 압박을 이란에는 압박보다는 외교를 통해 대응한다는 것이 오마바 정부의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대응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경우 생존 전략 차원에서 핵실험을 감행해 협상의 여지가 적은 반면, 이란은 강대국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을 이용하기 때문에 평화적 핵 이용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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