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발목 잡힌 미국, 북핵 봉합부터 나섰다?

지난 13일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미국이 서둘러 북핵문제를 봉합하려고 북한과 협상에 나섰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고 이란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이 북핵문제를 일단락 짓고 이란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국방연구원(KIDA)기획 하에 10여명의 전문가들이 최근 펴낸 『이란을 읽으면 북한이 보인다』는 이란 핵개발 문제를 둘러싼 세계정세 및 북한 핵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책은 우선 이란이 갖고 있는 안보적·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이란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란은 북한, 베네수엘라와 더불어 중동-동북아-남미로 이어지는 반미(反美)의 트라이앵글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나라.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된 마당에 최근 불거지는 이란 핵개발움직임은, 중동의 핵도미노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이란이 대테러전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또 석유산업의 중심에 서있는 이란의 향배에 따라 유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석유대금의 유로화 결재에 따라 미 달러화 급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미국에게는 안보와 경제문제 양쪽에서 이란에 발목이 잡혀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국의 패권에 맞선 중국이 이란과 같은 지역강대국을 규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스탄과 ‘상하이 협력기구’를 발족하고, 여기에 이란을 옵저버로 참여시키고 있다. 미국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우리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미국의 세계전략은 이란을 민주화시키거나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정세에서 차지하는 이란의 안보적·경제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게 이란 핵 문제가 있는 한 북한 핵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둬도’ 괜찮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는 분명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한편 이란의 핵개발 과정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우선 이란의 핵기술은 3~4년 이내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는 수준. 북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라늄 농축 방식이나 플루토늄 추출로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란의 핵개발은 2002년 8월 이란저항국민회의가 핵개발과 연계된 두 개의 미신고 시설과 세부관련 정부를 폭로하면서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IAEA 사찰 결과 이란이 20년 이상 신고 없이 우라늄 농축실험 등 핵활동을 해왔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 이란은 핵활동 중단 및 우라늄 농축활동 동결 등을 약속하고 이행과 불이행을 반복해왔고, 2004년 아흐마디네자드 이란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핵 활동을 전면 재개한 상태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핵 주권을 훼손당하는 어떤 조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라늄 농축 및 관련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책은 이러한 이란에 대해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주목한다. 그러나 이란이 지난 3년간 ‘벼랑끝 전술’로 핵개발을 계속해온 북한의 방식을 따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서너개의 북한 핵무기’는 묵인하더라도 중동 중심국가 이란의 핵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한편 이란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따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궁지에 몰린 이란이 폭발할 경우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획득했다고 정보공동체가 평가하고, 미국의 예방공격이 요구된다고 결정할 경우 ▲양측의 군사활동 증대로 인한 접촉이 통제불능의 사태로 확산될 경우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이란 핵문제의 좌초로 강박감을 느끼고 군사행동을 한다면, 그 대상은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이란이 아닌 상대적으로 국지적 충격만 가져다줄 수 있는 북한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제시해준다.

책은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정치 분석,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연대, 미국의 이란 공격 시나리오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란 핵문제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 북한 핵문제와의 연관성,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양하게 조망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이란이 계속 핵보유를 고집하고 테러지원국으로 남아있을 경우, 국제사회는 ‘영향력 있는 골칫거리’를 가진 채 전전긍긍해야 할지 모른다. 이란의 안보적 경제적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란핵문제는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핵문제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이란의 핵개발 움직임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주시하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최옥화 / 대학생 웹진 바이트(www.i-bait.com)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