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결과, 정국안정 거국연정 불가피

지난 달 15일 치러진 이라크 총선 결과가 나왔다.

이라크 민주정부의 최초 의회를 구성할 이번 총선에서 시아파 연합인 <통합이라크 연맹>(UIA)은 전체 의석 275석 중128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1월 제헌의회 총선 결과에 비해 오히려 18석이나 줄어든 수치(당시 146석)에도 못미치는 의석이다. 쿠르드연맹도 77석에서 53석으로 의석수가 줄었다.

반면, 수니파는 <이라크연합전선> 44석과 <국민대화전선> 11석을 합해 55석으로 3배 이상 약진했다. 의석수에서도 쿠르드연맹을 제치고 제 2세력의 입지를 확보했다.

이야드 알라위 전 임시정부 총리를 주축으로 시아파, 수니파는 물론 공산당 세력까지 가세해 범종파를 표방한 <이라크국민리스트>(INL)는 25석을 획득했다.

총선 결과 어느 정파도 과반수 의석을 굳히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종파간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연정 시나리오로는 두 가지 방안이 제기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시아파가 쿠르드연맹과 더불어 수니파를 참여시키는 거국 연정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시아파와 쿠르드연맹만으로 연정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연정의 두 가지 시나리오는 모두가 장단점이 있다. 시아파-쿠르드-수니파의 대연정이 성사된다면 거국 연정을 통해 정국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라크 정국의 최대 변수인 수니파를 정권에 참여시킴으로써 테러를 잠재우고 무장 세력을 제도 정치권 내부로 편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아파-쿠르드와 수니파, 한발짝씩 양보해야

현재 BBC를 비롯한 외신들은 대연정의 성사 가능성을 높다고 타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연정을 위해서는 상호 양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먼저 시아파-쿠르드가 수니파에 양보해야 할 것은 ‘연방주의’를 표방한 헌법의 개정이다. 연방주의는 지역 자치와 석유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분할 및 독점을 인정하고 있다.

석유 불모지인 중부 이라크에 밀집해 있는 수니파는 석유 이권을 남부 시아파와 북부 쿠르드에게 모두 내주는 결과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반면 수니파가 약속해야 할 것은 무장세력과 분명히 선을 긋고 테러 근절 및 소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시아파-쿠르드-수니파의 대연정이 실패한다면 현실적으로 시아파-쿠르드 연정이 성사될 수 있다. 시아파와 쿠르드족은은 포스트 후세인 이후 과도정부 구성과 제헌의회 활동, 헌법초안 국민투표 등 중요한 고비마다 비교적 원만히 이견을 좁혀 왔다.

따라서 시아파-쿠르드 연정은 정국 운영의 정책 생산과 집행에 있어 충분히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계속되는 테러로 야기되는 정정의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것이냐이다.

제도권의 수니파가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고 수니파에 기반한 무장 세력의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면 이라크 정국은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안정적인 선출을 위해서는 수니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아파와 쿠르드는 어느 정도의 양보는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니파에게 설사 이권을 양보하더라도 1차적 해결과제인 정국 안정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인자로서 수니파도 고민이 많다. 외곽의 무장 세력과 연대해 지리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 반드시 유익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제도권 내에서 분명한 입지를 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시아파-쿠르드-수니파의 대연정은 실질적으로도 그렇지만 상징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러나 대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총선 결과 어떤 형태로든 3대 정파간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 됐으며, 수니파 의석의 확대는 오히려 제도 정치로의 동기를 키워주는 긍정적 유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라크 민주 정부를 위한 최초 의회 선출이 확정됨으로써 민주적 주권국가 완료가 눈 앞에 다가오게 됐다. 이라크 재건을 위한 걸음은 점차 그 막바지 속력을 내고 있다.

이종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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