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선거함에 투표했다고 “충성심 낮은 행동” 비판한 당비서

“고령자라도 10리도 걸어나가 투표해야”…총화서 지적하자 주민들 ‘황당’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주민들이 참여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11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이달 10일 실시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과정에서 거동이 힘든 노인을 이동 투표 대상자로 지정해 선거함을 해당 거주지로 이동시켜 투표를 진행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고 소식통이 20일 알려왔다.

북한은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전체 선거인의 99.9%가 참여해 100% 찬성으로 687명의 대의원을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선거 이후 각 지역에서는 인민반과 기업소, 근로단체 당 위원회가 주관하는 선거 총화사업이 진행됐다. 통상 선거 이후 총화사업은 모든 주민들이 높은 정치적 자각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했는지, 충성심을 보인 행위와 그렇지 못한 행위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후창군(현 김형직군)에서 70대 이상의 노인 4명이 이동 선거함에 투표했다는 이유로 동(위원회) 당 비서(위원장)가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모질게 비판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동 선거 대상이 된 4명의 노인은 모두 70, 80대가 고령으로 외곽지역에 거주해 선거장까지 10리(里, 약 4km)를 이동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이 때문에 해당 선관위는 노인들의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이동 선거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고, 선거 당일 거주지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이 노인들은 연로보장(정년퇴직) 전까지 당 사업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인민반장의 배려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00리 당 비서는 고령의 노인도 아침부터 서두르면 충분히 나와 투표를 할 수 있음에도 집에서 선거를 한 것은 충성심이 부족한 행동이라고 꼬집고, 해당 결정을 한 선관위 간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동선거를 남발하면 충성심이 없는 지역이라는 오명을 쓴다고 하면서 선관위 간부와 해당 인민반장까지 일으켜세워 다그쳤다”고 말했다.

총화사업이 마무리 된 후 밖으로 나온 해당 주민들은 대부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당 비서의 고령자 이동투표 비판에 대해 주민들은 “노인들이 생활이 어려워 잘 먹지도 못하고 겨우 살아가는데 어떻게 10리를 걸어오느냐? 자기 책임만 회피하려고 아랫 사람들 닦달한다”고 힐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당비서가 문제는 떠넘기면서 위에 잘 보일 생각만 한다며 자격 시비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해당 지역에서 선거 기간 주민요해(파악)사업 정형에 대한 보위부 등 법기관 총화에서도 당시 고령자 이동투표에 대한 비판은 따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선거 당일 “연로하거나 신병 등으로 선거장에 나갈 수 없는 선거자들은 이동투표함에 투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