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성명’ 북중관계 냉각기 재연되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경한’ 의장성명을 받아보고 2006년 핵시험 후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때 맛본 중국에 대한 `배신감’을 되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올해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중국이 자신들의 외교 역사상 처음으로 ‘친선의 해’로 정해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던 터여서 이번 안보리의 로켓발사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절대적인 지원을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로켓 발사를 전후해 나름대로 국제규범을 따르는 등 중국이 자신들을 변호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준 셈이다.

그러나 이번 의장성명은 형식만 결의보다 한 단계 낮을 뿐, 로켓 발사를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안보리 부속기관인 제재위원회에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등 대북 비난과 사실상 제재조치를 담고 있어 북한의 배신감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작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한층 달아오르던 북중 관계가 앞으로 한동안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의장성명이 발표된 직후 외교부 성명을 내고 “중국은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새로운 제재조치를 시행하는 것에 반대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북한의 사고방식으론 중국이 끝까지 반대했다면 의장성명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북한을 위해 노력하는 모양만 연출했을 뿐 실제론 자신들의 국제적 입지를 의식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따랐다고 북한은 생각할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이 14일 성명에서 이번 의장성명에 대해 “미국의 강도적 논리를 그대로 받아문 것이 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라고 비난한 것은 특히 중국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앞으로 6자회담에 “절대”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위상에 제동을 건 노림수로도 보인다.

북한과 중국은 2006년에도 중국의 반대 속에 북한이 핵시험을 강행하자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함으로써 소원해진 선례가 있는데 이번에도 이러한 구조가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당시 북한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 문제를 가지고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한다”는 불만과 불신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멀어진 양국관계는 김 위원장이 2007년 3월 북한주재 중국 대사관을 방문하면서 풀리는 기미를 보이다 북미간 2.13합의에 따라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중국이 협조하지 않아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커졌다.

BDA문제 해결 이후엔 북미 양자 접촉이 잦아지면서 북한은 대미 대화 일변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보했고,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는 종전 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이라는 말로 중국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해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08년 2월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 위원장의 중국 대사관 방문으로 양국관계 복원 움직임이 급진전됐으며, 당시 김 위원장은 왕 부장에게 “나는 중국을 절대로 배기(背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양국 관계는 이어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방북과 베이징 올림픽 개최 과정에서 보여준 북한의 협력, 티베트 문제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전폭적인 지지 등을 통해 강화돼왔으나 로켓 발사를 계기로 다시 금가는 소리가 들리게 됐다.

앞으로 북한은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다양하게 드러내면서 “나홀로 자주외교”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며, `친선의 해’ 행사로 준비된 사회문화 교류는 지속하더라도 정치면에선 소원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라는 중국의 외교적 이해관계와 중국의 정치.경제적 지원이 있어야만 연명할 수 있는 북한의 현실을 감안하면 양국 관계는 다시 좁혀질 수밖에 없다.

올 여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간 전략대화가 북중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다이 국무위원이 김정일 위원장과 깊은 교분을 가진 만큼 미국측과 전략대화를 통해 오바마 미 행정부의 입장을 들은 뒤 방북해 북한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선 북한의 로켓 발사를 중국 안보의 관점에서 다룰 수밖에 없고 이제는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북한의 행위를 방치할 수 없을 것이나 또한 북한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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