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로 탈북자 돕는 김종흥 소장

“탈북하신 분들은 이 땅에 사는 그 누구보다 의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죠.”

국립의료원 김종흥(50) 외과 과장은 작년 3월부터 ‘탈북자 전문의’를 맡아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하는 탈북자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있다.

김 과장이 탈북자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사단법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이 탈북자 전문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타진하면서부터.

탈북자들의 국내정착을 돕는 하나원 및 새조위의 탈북자 전문 진료시설 설립 방안에 관한 논의에 참가했던 김 과장은 국립의료원에 처음으로 문을 연 ‘북한이탈주민진료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았다.

보건복지부에 의해 공공의료 사업으로 선정된 이 진료센터는 매주 화요일 오후를 탈북자 지정 진료일로 정하고 병원을 찾는 탈북자들에게 저렴하고 친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3월 문을 연 뒤 올해 6월까지 이 병원을 찾은 탈북자는 489명. 이 가운데 입원환자도 109명에 이른다.

환자들은 탈북 과정에서 뼈나 근육이 상했거나 산부인과 관련 질병, 소화기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꼬박꼬박 “탈북자분”이라고 존칭을 쓰는 김종흥 소장은 이들이 대부분 의료보험 1종 혜택을 받고 있지만 병원에서의 차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진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탈북자분들만 전문적으로 돌보는 센터라는 점에서 일반 병원보다는 편안하게 진료를 받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탈북자들에 대한 진료를 통해 김 소장이 느낀 점은 이들이 몸보다는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

진찰을 해보면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신체 여러 군데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북한의 국경을 넘는 과정과 중국 체류 때 많은 고생을 해서 그런지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소장이 탈북자를 진료하면서 겪는 가장 어려운 점의 하나는 의사소통의 문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병원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탈북자는 더 큰 장벽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의사의 설명이 이해 안되면 곧바로 발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료센터에서는 탈북자 출신 상담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의사로부터 병명과 치료방법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를 못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고향이 같은 탈북자로부터 보충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김종흥 소장은 “조심하려고 노력하지만, 외래어가 조금만 들어가도 탈북자분들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 치료 받으러 왔다가 오히려 화를 내시는 분들이 있어 탈북자 상담원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사람 좋게 생긴 김 소장은 탈북자를 치료하면서 가장 보람스러웠던 때를 묻자 “의사에게 가장 기분 좋은 때는 환자가 완쾌할 때”라며 “내가 진찰하고 수술 등의 진료를 통해 건강해진 분들을 볼 때면 항상 내가 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특히 최근 간호사 출신 탈북 여성이 북쪽에 있을 때부터 앓았던 척추협착증을 수술해 완쾌시켰던 일을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김 소장은 이 진료센터 활동을 앞으로 탈북자의 문신 제거와 치과 진료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문신은 탈북자의 국내 정착과 취업에 적잖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의 제거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김 소장은 말했다. 북한에선 팔 등엔 물론 얼굴에도 문신을 하는 사례가 많다.

김 소장은 앞으로 과제에 대해 “탈북자 증가와 통일시대에 대비해 탈북자들이 겪는 질병과 심리적 특성 등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내 입국 탈북자가 1만명을 넘었고 매년 2천명 이상이 들어오고 상황임을 지적하면서 “지방거주 탈북자분들이 서울 한복판의 국립의료원을 찾아오기 어려운 만큼 각 지역에 이분들을 위한 거점병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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