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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지훈련)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전쟁연습인 을지훈련 폐지를 강력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연일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나서 향후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전공노는 “정부는 을지연습이 유사시 외부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위하기 위한 전쟁대비 훈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반도 긴장과 전쟁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17일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을지연습이 우리민족끼리의 교류와 상호방문 등 자주 민족 평화통일의 위한 노력들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며 “민간교류를 통해 통일을 앞당기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을 대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연습을 일삼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미국과 남조선 호전세력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합동군사훈련 연습을 벌이려 한다”며 “이 훈련은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접경으로 이끌어가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모험”이라고 비난했다.
전공노는 을지연습에 대해 ‘북한을 겨냥한 세계 최대규모의 훈련’ ‘실제 전쟁과 다름없는 워게임(war-game)’이라고 주장했다. 북한도 을지연습에 대해 ‘대규모 북침 전쟁연습’,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이끌어가는 위험천만한 군사 모험’이라고 밝혀 북측의 주장과 맥락이 거의 유사하다.
이같은 주장은 남한 내 친북 단체들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범민련 남측본부와 한총련은 성명을 통해 “을지훈련은 심각한 적대행위이며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점령을 위한 군사훈련에 동참함으로써 6.15공동선언 정신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명백한 위법행위”
현재 정부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저촉 여부를 검토하는 등 집단행동 및 정치관여를 금지한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으로 검찰고발 등 강력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4조에는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국민의 걱정을 끼치는 행위”라며 “최근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이나 국민들의 인식과도 대단히 거리가 먼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박 의원은 “을지훈련은 방어훈련이고 유사시에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방어훈련”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의 녹을 받는 전공노가 이런 주장을 했음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투철한 국가의식과 안보의식을 가져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전공노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불법단체”라면서 “편향적인 이념과 과격한 폭력을 버리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시민들에게 다가설 때 노조의 주장에 사회가 귀를 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주장했다.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은 한미 연합 및 합동 지휘소연습(CPX)으로, 유사시 외부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위하기 위해 작전수행에 필요한 한미협조관계, 업무수행절차, 계획 및 체제를 평가∙발전시키기 위한 훈련이다. 1975년 첫 연습이 시작된 이래 32회째를 맞는다.
한미 연합사령부는 지난달 21일 유엔사 군사정전위를 통해 을지포커스렌즈 연습 일정 등을 북측에 통보했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