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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 기간에 실시키로 했던 야외 기동훈련을 남북정상회담을 감안해 10월로 연기한 것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군 작전능력 및 전투력 저하, 한미동맹의 균열을 부추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매년 봄이나 가을에 실시해오던 화랑훈련을 올해부터 UFL연습 기간에 병행키로 해놓고 덜컥 훈련을 연기한 조치는 군 작전수행 능력 향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연기된 화랑훈련은 후방적인 방어 훈련이기 때문에 미군과의 연계가 적어 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UFL 연습 기간에 한국군 단독훈련인 화랑훈련과 충무훈련을 병행해 실시할 예정이었다. 화랑훈련의 야외 기동훈련은 3개 군단, 1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으로 주한미군과 보조를 맞춰 절차를 익히는 등의 기동 훈련 등이 실시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작전권 전환 이후 한국군 단독 작전수행 측면과 후방지원 개념의 미군과의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야외기동 훈련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기동훈련 연기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또 전문가들은 화랑훈련 등의 야외 훈련 연기에 대해 미국이 직접적인 반대의사를 보이지 않았지만 한미 군사훈련은 한미동맹의 중요한 지렛대이기 때문에 북측을 우선 배려한 이번 조치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A 연구위원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UFL연습에서 실시되는 훈련이 도상훈련(지도상의 가상훈련)이라고 해도 군 지휘부의 결정이 하위 부대에 신속하게 반영되어 작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전 지휘가 신속, 정확하게 전달되어 작전이 수행 되도록하는 실질적인 기동훈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군사 작전의 전달, 수행 정도를 실질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동훈련만을 연기하는 것은 훈련의 연계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사이버상, 실내, 실외 훈련 등이 체계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만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각 시기에 꼭 해야 할 훈련이 이처럼 연기가 되면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투력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군사훈련에는 무기 등의 기계적인 파워도 있지만 ‘맨 파워’도 있다”면서 “군인들이 시기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공백 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처럼 연기가 되면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맨 파워’ 향상이 저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미군사훈련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번 훈련 연기는 전작권 전환 이후 군 작전 단독행사에 차질이 생길뿐 아니라 한미동맹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 연구위원은 “전작권 단독행사의 작전 수행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서는 한국군 주도의 전반적인 기동훈련과 미국의 군사 지원 개념의 기동훈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국군의 기동훈련을 연기하면 미군의 한국군 지원훈련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 10일 정상회담과 별개로 UFL 훈련이 차질없이 실시될 것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은 한미군사훈련을 통한 한미동맹 관계를 굳게 믿고 있다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한미군사훈련은 한미동맹 유지 발전의 핵심적 요소임에도 정부가 북한을 우선 배려한 이번 조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합동군사훈련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한쪽 기동훈련을 연기해도 문제가 없다는 정부 측의 설명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작전권 단독행사를 위한 훈련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미국측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위원은 “북한을 우선적으로 배려한 이번 조치는 결국 동맹국의 입장보다 적국인 북한의 입장을 우선 배려한 것으로 비춰진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결국 한미동맹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연기된 화랑훈련은 후방적인 방어 훈련으로 미군과의 연계되는 측면이 적은 주류에서 벗어난 훈련으로 볼 수 있다”면서 “UFL 훈련의 축소나 취소가 아닌 연기되는 것이기 때문에 군 작전능력 배양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정상회담의 준비과정에서 북한을 배려해서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동안 UFL 훈련 기간이 축소되고 군사 훈련 강화가 아닌 재난 대비 훈련을 하는 등 훈련의 본질적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10월에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미국 정부가 ‘정상회담이 6자회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 것은 결국 그동안 한국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하나의 방증”이라면서 “이미 미국의 한국정부에 대해 기대는 무너진 상태다. 이번 조치로 한미동맹 균열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