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심아 나를 용서해라, 살아서 다시 만나자”

▲ 지난 8월 탈북자의 한국행을 돕다가 중국공안에 체포됐던 탈북민 인권운동가 유상준씨(가운데)가 16일 귀국했다. 출처:북한구원운동

“내가 죄인이다. 나를 용서해달라. 절대로 신심 잃지 말고 살아라. 다시 만나자.”

네이멍구(內蒙古) 자치주에서 탈북지원 활동을 펴다 지난 8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던 탈북자 유상준(45) 씨가 중국 법원으로부터 강제추방 조치를 받고 16일 귀국했다. 데일리NK는 17일 유 씨를 통해 당시 체포 상황과 중국 교도소 수감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유 씨는 귀국 다음날 진행된 ‘북한 민주화와 탈북자 인권보장’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그에게 귀국소감을 묻자, “함께 체포됐던 탈북자들이 걱정된다”면서 현장에서 붙잡힌 탈북자 박은심(22세·여) 씨에게 울면서 화장지에 써줬던 마지막 인사말을 전했다.

유 씨에 따르면 박씨는 중국인들에 의해 팔려다니다가 가까스로 탈출해 유 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은심 씨는 8월 체포되기 전까지 한국행에 대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 씨는 전화인터뷰 도중 박 씨를 비롯한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 두 명을 거론하면서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씨를 비롯한 북송 된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 8월9일 3명의 탈북자를 인솔하여 지린성(吉林省) 옌지시(延吉市)를 출발, 11일 오후 6시 내몽고 얼롄하오트시에 도착한 직후 잠복 중이던 중국 변방 공안과 군인들에게 체포돼 공안국에서 조사를 받았고, 9월 10일 검찰로 송치됐다.

이후 밀출국 조직∙인솔죄로 기소된 유 씨는 11월26일 중국 인민법원에서 심리재판을 거친 후 12월4일 재판위원회의 판결문에 따라 벌금 3만 위엔(약 400만 원)과 강제추방 조치로 인하여 12월 16일 귀국했다.

유씨는 북한에서 아내와 차남을 굶주림과 질병으로 잃고 장남과 함께 중국으로 탈북해 본인이 먼저 한국에 안착했다. 이후 장남의 한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동행하던 유철민(12) 군이 중국공안의 추격으로 몽골 사막에서 일행과 떨어져 탈진해 숨졌다.

이 사건 이후 중국 탈북자들을 돕기로 결심한 유 씨는 미국에서 열린 탈북자 관련 토론회에 참가하는 등 탈북자 실상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는 한국에서 일해 번 돈으로 탈북자를 지원하는 등 개인적으로 탈북자 구조활동을 펼쳐 많은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