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한국 외교 수장으론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역대 쿠바를 찾은 우리 정부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 방문으로, 양국 관계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윤 장관은 이날 쿠바 도착 직후 외교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쿠바 방문이 “(한·쿠바 관계 개선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과 쿠바와의 교류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단절됐다. 이후 1990년대, 양국은 수교 논의를 한 적이 있지만 한국은 미국, 쿠바는 ‘형제국’ 북한을 의식해 무산됐다.
하지만 미국이 2014년 12월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고, 쿠바도 개방 의지를 보이며 상황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윤 장관 역시 지난해 2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추진을 중요한 목표로 꼽은 데 이어 같은 해 7월 “쿠바와의 수교에 관심을 갖고 지난 1년여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혀 양국 간 관계정상화 논의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한편 윤 장관의 이번 방문이 북한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등으로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제국’ 쿠바마저 우리 정부와 관계 재설정에 나선다면 북한이 받는 압박은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5일 “남조선 당국자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낡아빠진 ‘대결 북통’을 두드려대도 귀 기울일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글을 통해 불편한 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리수용 당시 외무상에 이어 지난해 6월 강석주 당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최근에는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차례로 쿠바에 파견하는 등 외교 고립 속에서 쿠바를 각별히 챙기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ACS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및 외교장관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는 물론 대북 압박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