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석 ‘평양찬가’, 제정신인가?

▲ 윤민석씨의 ‘평양에 가보세요’ 악보

윤민석씨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대학가 운동권들에게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대표적인 민중가요 작곡가다. 「전대협진군가」 「전대협찬가」「애국의길」같은 대표적인 NL계열 운동가요를 작곡한 사람이 바로 윤민석씨다. 그는 92년 ‘민족해방 애국전선’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고 탄핵정국 때는 「너흰 아니야」등의 노래를 대중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최근 윤민석 씨가 작사∙작곡한 「평양에 가보세요」란 노래가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곡은 ‘사는게 힘들때는 평양에 가보세요/ 어려워도 웃으면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있죠/……/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있죠’라는 가사를 담고 있어 일방적으로 평양을 찬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6일 오후 그가 대표로 있는 <송앤라이프> 홈페이지에서 「평양에 가보세요」란 노래를 들어보았다. 빠른 템포와 산뜻한 노랫말이 돋보이는 흥겨운 노래다. ‘평양찬가’라고나 할까. 윤씨는 이 노래를 2003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만든 ‘여행후기’ 같은 노래라고 한 신문에서 밝히기도 했다.

먼저 기자는 윤씨가 남한 사람들에게 평양 여행을 추천하기 전에, 북한 사람들에게 먼저 추천해보길 권한다. 북한 사람들은 평생 한번 평양에 올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평양은 북한 고위층과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이 사는 특별 계급도시다. 평양에 들어올 때는 빨간 사선이 그어진 특별 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한 탈북자는 자신의 수기에서 통행증을 발급받지 못한 어머니가 평양에 있는 자식 집에서 잠을 자다 호구조사에 걸려 강제추방 당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평양은 거대한 전시도시다. 외부인에게 공화국의 위대함과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를 선전하기 위한 도시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금수산기념궁전이다. 궁전은 김일성 우상화와도 직접 관련이 있다. 북한이 ‘금수산기념궁전’ 성역화에 8억9000만 달러의 외화를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 금액은 강냉이 600만t을 수입할 수 있는 것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를 식량구입에 사용했다면 300만 명의 주민이 굶어 죽는 비참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씨가 안내원을 따라 평양 시내를 돌면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 이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민족이구나. 사람들이 순박하고 심성이 곱구나’ 하는 정도의 수준 낮은 감상주의는 아니었을까. 북한인권운동가 로베르트 폴러첸은 자신의 저서에서 ‘시체를 봐도 어느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는 모습, 안내원도 문제가 되니 가까이 가지도 말라는 말을 듣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경험으로 평양을 표현했다. 윤씨는 폴러첸이 거짓말을 한다고 화를 낼까? 평양에 거주하면서 인민들 삶 곳곳을 둘러본 폴러첸과 몇 일 여행하고 돌아와서 ‘힘들 때는 평양에 가보라’고 노래하는 사람 중 누구를 신뢰할 수 있을까.

윤씨는 이 노래를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어떤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든 간에 그것은 본인의 자유의지다. 여기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남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자 북한 독재정권의 전시도시 평양을 찬양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평양은 북한 주민의 피와 땀을 송두리째 빨아드린 블랙홀 같은 도시다. 주체사상탑, 만경대 고향집, 금수산기념궁전, 유경호텔에는 인민의 신음소리가 녹아있다. 평양세계청년학생 축전은 북한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정적 사건이었다. 사실 북한인민들에게 평양은 숭배가 아니라 경멸의 도시에 불과하다.

윤씨에게 당부하고 싶다. 북한의 좋은 면을 보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순박함에 감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피상적인 모습으로만 평양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 단순한 호기심과 동정심, 같은 민족이라는 표면적인 유대로 그들을 대할 경우 이 감정은 언제든지 그들에 대한 모멸과 무시로 바뀔 수 있다. 평양을 보려면 제대로 봐야 한다. 평양에 감춰진 북한의 진실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평양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오랫동안 변치 않을 수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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