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경제적 생명줄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쉽지 않다. 중국이 지금까지는 판세를 즐겼지만, 앞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가 1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번 발언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경우 중국은 어려운 결단의 기로에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의사가 발표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 역할론이 다시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번 주장의 배경에는 후진타오 등장 이후 돈독해진 북-중 관계를 바탕으로 6자회담 재개 승부수가 던져져야 한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3일 펴낸 ‘박봉주 내각총리 방중동향’ 보고서에서 “후지타오 주석의 방북은 북중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방문이 6자회담의 향방과 밀접히 연관돼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북한 외무성 성명이 미국을 겨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중국 자체도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말을 해왔지만 미국에 비해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에 주변국이 기대를 걸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북핵문제가 6자회담에서 유엔안보리로 이관될 경우에도 중국이 열쇠를 쥐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차 북핵위기 때도 IAEA 대북 제재 결의안에 중국이 찬성하면서 안보리 결의도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 결국 제네바 합의를 이끈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은 여전히 북미 양자 간의 직접 협상에 무게를 싣고 북한에 대해 칼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역할론을 포기할 경우 중국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미국은 6자회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시간과 명분을 줬다”며 “이러한 노력이 소진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과 다음 단계로 가는 문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인터뷰 전문은 4일 게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