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낸 북핵 `실질적 진전방안’

모스크바 연쇄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관련국간 외교노력이 전방위적이면서도 집중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10개월여만에 당국간 회담에 임한 남한은 지난 16일부터 개성에서 열리는 차관급 회담에서 밤샘협상과 일정을 추가해 가면서까지 북한을 상대로 6자회담의 조속한 복귀를 설득하고 있는 가 하면 중국도 북한을 설득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국간 협의도 하루가 멀다하고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조태용(趙太庸)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조선일보-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 세미나에 참석, 주제발표를 통해 “수개월간 축적되어온 합동 외교노력이 이제 결정적인 전기를 맞고 있으므로 그 성공 여부를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가부간에 `결판’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6자회담에 복귀할 지, 핵무기 보유를 강행하면서 핵실험 등 추가 상황악화 조치를 취할 지 북한의 전략적 결정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이번에는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꼭 이뤄내야 한다는 인식아래 6자회담의 내용과 형식 면에서 종전과는 다른 차원의 `진전된’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자회담 양국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달 하순이후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면서 수시로 만나는 가 하면, 하루에 한번 꼴로 전화통화를 하는 등 긴밀하게 조율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끝내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할 경우에는 그 것이 `확인’된 시점에 가서 다른 참가국들과 함께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지프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 협상대사는 “만일 북한이 궁극적으로 복귀하기를 거부하고 핵 문제에서 도발적으로 긴장을 계속 고조시킨다면 5개국은 함께 모여 선택방안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한미 양국의 무게중심은 6자회담 재개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복귀 결정을 내려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한미 양국의 방안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트러니 대사는 “우리는 협상이 재개되면 매우 창의적이고 유연하고 전향적인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해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 중임을 내비쳤다.

특히 북한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북-미 국교정상화 협상과 관련, 그는 “북한의 인권문제나 미사일, 마약밀매 등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돼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며, 이 문제들을 다루는데 대한 북한의 협조적인 접근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개성에서 진행되는 이번 남북 차관급 회담을 통해 북측에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중요한 제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공식으로 밝힌 바 있다.

◇ 실질적 진전방안의 `내용’ = 6자회담 재개시 `실질적인 진전 방안’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지난 달 23일 서울에서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이후 부터이다.

그간 3차례의 6자회담이 참가국간 `공감대’를 조성하는 1라운드였다면, 이제는 `해법’을 도출하는 2라운드로 들어가야 한다는 양국의 의지를 강조한 것이었다.

그 내용은 적어도 3차 6자회담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제시한 안이 출발점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에너지 및 경제지원과 안전보장이 얼마나 어디까지 보장될 것인 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미 양측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음은 물론이다.

서로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남북 차관급회담 첫 날인 지난 16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북핵 문제의 조기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이 조기에 열려 실질적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며 북측에게 `중요한 제안’을 던졌다.

이를 두고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3차 6자회담에서 내놓은 안을 기초로 회담 참가국 간의 타협점에 보다 근접한 방안으로서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한 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작년 6월 3차 6자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핵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로 중유제공과 대북 잠정 서면안전보장 약속,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 및 대북제재 완화 등을 위한 대화재개 등 동결 및 핵폐기 절차에 따른 단계적 이행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북한이 공식으로는 핵무기 비(非) 보유국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그 후 북한은 지난 2.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선언’에 이어 3.3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기존 6자회담을 핵군축회담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등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그 당시와 사정이 달라졌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이 실제일 수도 있지만 미국으로부터 보다 확고한 안전보장을 받으려는 노림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우리측의 실질적인 진전방안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 주장까지 하면서 제기하고 있는 안보 우려와 6자회담 복귀시의 에너지 및 경제적인 상응조치를 강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미측의 입장은 이와는 다소 달라 보인다.

미측은 우선 3차 6자회담에서 제시한 자국안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트러니 대사가 18일 “6자회담이 열리면 창의적이고 유연하고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한은 미국이 3차 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에 대답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한국의 대북 `중요한 제안’과 관련,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한국은 다른 일부 나라보다 먼저, 어느 단계에서 북한을 지원할 용의를 보여왔다”며 “나라마다 서로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다”고 말해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 과거 한미 협의 창구로 차석대표가 나섰던 것과는 달리 양국의 수석대표인 송민순-힐 차관보가 직접 나서 실질적인 진전방안을 긴밀히 협의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조만간 `서로 조율된’ 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 실질적 진전방안을 담는 `형식’ = 최근 한미 양국은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 방안과 관련, 내용에서는 물론이고 형식에서도 개선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회담형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조 북핵단장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조 단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6자회담이 북한의 핵야망을 다루고 합의사항의 충실한 이행을 보장하는 틀로서는 최선이었으나 해법을 만드는 협상의 틀로서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말해 회담 형식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이 재개되면 더 자주 열되, 반드시 전체회의 형식이 아니라 소그룹별 회의를 가질 필요가 있으며 대표단장끼리는 (결론이 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하는) 교황선거 방식으로 진지하고 집중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관급 `조정위원회’ 산하에 핵, 기술.경제, 정치 등 국장급이 단장인 3개 소위가 거의 매주 회의를 열어 논의 내용을 조정위원회로 올려 결정하는 `독일ㆍ영국ㆍ프랑스-이란간 핵회담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제기했다.

이런 6자회담 형식의 `개선론’은 조 단장이 6자회담의 우리측 차석대표라는 지위를 감안할 때 그의 개인 구상으로 보기는 어렵고, 적어도 한미 양국 사이에 `이심전심’을 통해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3년 8월, 그리고 작년 2월과 6월에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3차례의 6자회담 중간에 각국 차석대표가 참석하는 실무그룹회의가 두 차례 진행됐지만 수석대표들로부터의 업무 위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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