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BDA 이후 북핵로드맵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6자 참가국들의 의지를 모아야 할 때다.”

북핵 6자회담에 정통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7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발목이 잡혀 한달여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 국면을 진단하면서 ‘분발’을 촉구했다.

허무하게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BDA 문제에 대한 미국내 강경파들의 비난도 문제지만 각국 협상파들의 피로감도 이제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더 이상 6자회담 프로스세의 복원을 미룰 여유가 없다는 절박감이 엿보인다.

따라서 현재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BDA 송금문제가 이번 주중 해결되면 6자회담의 동력을 회복하려는 다양한 조치와 행동이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시간적으로 정리하면 BDA 송금 성사에 이어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초청,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북한과 IAEA 협의하에 핵시설 폐쇄조치→중유 5만t 제공→북미 양자회담(베이징 또는 제3국)→6자회담→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방북→6자 외교장관 회담으로 연결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이런 내용 가운데 일부를 놓고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측의 의중을 타진했으며 북한측도 ‘BDA 해결이후 2.13 합의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약속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가 지난 4일 한 강연을 통해 북한이 미국은 물론 IAEA 등에도 BDA 문제가 해결되면 영변 핵시설 폐쇄를 포함한 2.13 합의 조치를 즉각 이행할 것임을 거듭 다짐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따라서 BDA 송금문제가 과연 이번 주 중에 마무리되느냐가 1차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52개 북한계좌의 통합작업이 어느 정도 끝나 이를 제3국의 은행으로 보내는 작업만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3국 은행으로 보내기 위해 필요한 중개은행을 확보하는 작업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문제 역시 6자회담 관련국들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전체적으로 볼때 큰 어려움은 아니라고 북핵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미국이 `2005년 9월 BDA 제재 이전’으로 상황을 돌린데 이어 북한이 원하는 `중개역할’을 맡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BDA 문제가 곧 해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한 소식통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 이번 주중 BDA 문제가 해결되면 내주께 IAEA 방북과 북미 양자회담이 진행되고 내주 말이나 22일을 전후해서 6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힐 차관보의 북한 방문이다. 그의 방북은 일종의 상징적 효과를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취한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직접 확인하는 한편 2.13 합의에 규정된 북미 관계정상화 조치를 평양에서 논의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클린턴 정부 말기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는 등 북미 화해국면이 연출된 것과 같은 효과가 한반도 주변에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식통은 “지난달 빅터 차 백악관 보좌관이 방북하기는 했지만 상징성 측면에서 볼 때 힐 차관보의 방북은 비견할 바가 못된다”면서 “미국내 협상파의 대표인 라이스 장관의 의중을 대변할 수 있는 힐 차관보를 통해 북미 관계개선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의 방북에 이어 주목되는 것은 6자 외무장관 회담의 성사다. 당초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3월 제6차 1단계 회담이 끝난 뒤 4월 말께 6자 외무장관 회담을 가질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BDA 문제로 시간을 허비했다. 따라서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특히 한국전쟁 교전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외무장관간 4자회동이 성사되면 이는 곧 북핵 폐기 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큰 이벤트로 부상할 수 있다.

6자회담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BDA 문제로 허무하게 보낸 시간을 만회하고 다시 한번 6자회담의 동력을 극대화시키려는 노력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한다”면서 “북한도 이번 기회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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