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포괄적 방안’과 美-北 상응조치

▲ 9·19타결 직후 환담하는 한·미·북 수석대표

한미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와 진전을 위해 합의된 ’포괄적 접근방안’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과 이어진 미국에서의 한미간 실무협의와 서울에서의 한중 협의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드러난 내용, 그리고 외교 전문가들의 말 등을 종합하면 그 실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종 그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림에 담으려는 요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미국과 북한이 단계적 조치를 나열해 놓고 공동으로 실천하는 한편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계좌동결과 관련해서도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를 선언하고 ’6자회담의 틀내’에서 북미간 양자회담을 한다”는 것이다.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을 주축으로 한 한국의 외교안보라인이 그 밑그림을 그렸고 미국과 1차 조율을 거쳐 현재 세밀한 색감을 덧붙이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송 실장은 밑그림 단계였던 지난 8월말 중국을 방문했고 이후 한미 정상회담(9월14일) 전까지 외교적 경로를 통해 중국측에 포괄적 방안의 뼈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그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한 방송국의 심야토론에서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북한도 알고는 있다”며 “이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아직 표명하지 않았다”고 말한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이 더 나아가 “되지도 않을 일을 계속 진행할 수야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점은 내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나름의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송 실장, 그리고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간의 이른바 ’2+2 회담’에서 미국이 ‘6주간의 시간적 여유(라이스 장관 아시아 순방기간)’를 주며 ’최후의 기회’를 용인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그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밑그림의 세부대목은 다음과 같이 추론된다.

먼저 BDA와 관련해 북한은 미국의 BDA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불법행위(달러위조)에 가담한 관련자를 처벌하고 관련 장비를 압수한 후 통보한다. 이에 맞춰 미국은 조사과정에서 분류된 합법-비합법 계좌 가운데 합법적인 것으로 판명난 자금을 BDA가 풀도록 사실상 용인한다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전체 2천400만달러로 알려진 동결금액 가운데 합법 자금을 BDA측이 풀어준다는 얘기다.

앞서 1995년 평양에 설립된 대동신용은행(DCB)의 나이즐 코위 은행장은 지난 5월 미국의 BDA 조사로 자신의 은행이 ’부차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고 당시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재무부가 BDA에 있는 대동신용은행의 돈 700만 달러를 동결시켰다고 전했다.

결국 합법적인 돈을 풀어주면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며 그에 따라 북한과 미국은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양자대화를 하게 된다. 북한측은 이 양자대화를 ’북미 협의체’로 부를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이 언론과의 심야토론에서 “포괄적 접근이라는 것은 비교적 절차적 접근에 관한 문제 ”라고 소개한 점도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이런 일련의 ‘절차’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의 복귀가 성사되면 지난해 합의한 9.19공동성명에 규정된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이 가운데 각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이 강구된다.

여기에는 북미간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이 담기게 된다. 그 첫 조치로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방안도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물론 영변의 5㎿ 원자로 가동중단과 미사일(가능하면 핵실험까지) 발사유예 등을 실행하거나 선언해야 한다.

이 밖에 세부적인 대목들이 현재 한국 등 6자회담 관련국 사이에 논의되면서 10월 말까지는 북한에 제시할 그림이 완성될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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