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대북 ‘중대제안’

지난 5월 16일 남북차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이 처음 거론했던 북한에 대한 ‘중요한 제안’(중대제안)의 윤곽이 북핵 6자회담의 재개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측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 ‘중대제안’은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다자가 참여하는 안이며, 지난 해 6월 제3차 6자회담에서 제시됐던 안들과는 다른 내용의 단일 프로젝트일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런 해석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지난 17일 중대제안을 직접 설명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보면 대충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정 장관이 지난 1일 딕 체니 부통령 등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작년 제3차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들에 한국의 대북 ‘중대제안’을 결합해 협상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중대제안이 제3차 회담에서 제시된 대북 제안과는 별개이며 미국의 제안을 확충할 수 있는 단일 프로젝트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기 때문이다.

3차회담 때 ‘포괄적인 비핵화’ 방안으로 불린 미국의 대북 제안은 6자회담 개최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내놓은 것으로, 핵폐기를 위한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북한이 국제사찰을 받는 방식의 핵폐기를 받아들일 경우에 대한 반대급부를 담았다.

그 반대급부는 한ㆍ중ㆍ일ㆍ러 4개국이 매달 수만t의 중유를 제공하고, 미국은 대북 불가침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고 테러지원국 명단해제와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협의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제와 안보를 두 축으로 한 패키지성 제안에 ‘중대제안’을 결합하겠다는 점으로 미뤄 중대제안은 여러가지를 끌어모은 것이라기 보다는 덩치가 큰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인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중대제안이 미국을 포함한 다자가 참여하는 방안일 것이라는 관측은 우리측이 입안, 정 장관까지 직접 미국을 방문해 설명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도 지난 달 29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서 “앞으로 한미 간에 좀 더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혀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특히 미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미국의 참여 가능성은 거꾸로 뒤집어 북한 입장에서 볼 때도 설득력을 가진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작년 7월 24일 제3차 회담에서 나온 미국안에 대해 “본질상 전향이라는 보자기로 감싼 ‘리비아식 선 핵포기’ 방식”이라고 비난하고 “핵 동결 보상조치에 대한 미국의 참가 여부가 핵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언급은 중유 제공국에 미국이 빠진 것을 북한이 문제삼은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미국의 보상 불참이 핵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속마음이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미국의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근거로 보고 특히 200만kW 에너지 보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중대제안’은 북한이 선뜻 거부하기 힘든 흡인력을 갖는 동시에, 지난 해 중유 보상에 불참하겠다고 선을 그어놓은 미국 또한 끌어들일 만한 안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같이 ‘중대제안’의 성격을 추론하면서 핵문제 해결을 통해 체제안보와 경제회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북한의 희망사항을 맞춰보면 그 윤곽이 대체로 드러나게 된다.

전력난이 경제회생의 걸림돌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사업이 먼저 거론된다.

우선 ‘중대제안’이 4차 6자회담과 맞물려 바로 실행 단계에 들어갈 수 있는 신속성을 가질 것이라는 인식 위에 미국을 중유 제공에 참여시키는 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중대’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 장관이 지난 달 27일 국회에서 “정부가 핵문제를 더 이상 끌어가지 않고 획기적으로 타결짓겠다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밝힌 점은 ‘중대제안’이 갖는 중량감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중량감을 감안할 경우, 북한이 그동안 남북대화 과정에서 관심을 보인 천연가스파이프라인(PNG) 연결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추진했다가 공사가 중단된 100만kW급 경수로 2기를 대체할 만한 대형사업인 데다 PNG사업 중 가장 유력한 사할린 가스전은 러ㆍ미ㆍ일 등 6자회담 참가국이 관계돼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인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비료공장을지어주는 안이 중대제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한이 비료 중에서도 ‘종합영양제’에 해당하는 복합비료를 생산하는 시설을 가질 경우 비료자급을 통한 농업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지고 우리측이 매년 비료를 지원할 필요성도 줄어든다는 점이 이런 관측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와 함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북한판 ‘마셜플랜’과 ‘중대제안’의 관련성을 부인하기는 했지만 마셜플랜 역시 여전히 관심 대상이다.

북한판 마셜플랜은 지난 2003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다보스포럼)에서 당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특사 자격으로 참석했던 정 장관의 언급으로 시작된 것으로, 남북횡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과 한반도를 관통하는 천연가스관 건설 등이 그 내용을 이룰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한편 미국의 역할은 이런 사업에 대한 직접 지원도 가능하겠지만, 그 시행과정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자금조달을 우회적으로 돕는 형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북한 개발자금 펀딩을 거부하지 않을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적대시 정책의 철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