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평화경제론’

‘평화를 위한 경제, 경제를 위한 평화…’

정부가 추구하는 이른바 ‘평화경제론’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평화경제론은 주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외부 강연을 통해 이 달 중순 본격적으로 등장한 데 이어 이제는 아예 강연 제목이 되고 있다. 정 장관은 28일 주한 외교단 오찬에서도 평화경제론을 제목으로 연설했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평화경제론을 통해 추구하는 비전은 일단 2020년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이다. 2020년을 시한으로 잡은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이 역내 경제자유지역을 만들자고 약속한 시점을 감안한 것이다.

또 평화경제론은 순간적인 발상에 따라 나온 것이 아니라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기반으로 이론적 틀과 비전을 갖춘 데 이어 지금은 그 세부전략을 다듬어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이와 관련,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평화경제론을 “정치인이 된 뒤부터 고민한 화두”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작년 7월1일 장관 취임사에서 “경제는 평화이고 평화는 곧 경제라고 믿는다”며 평화경제론의 모토를 내세운 바 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는 유럽연합이 거론되고 있다.

1950년 프랑스 외무장관 로버트 슈만이 내세운 ‘슈만플랜’을 시발점으로 결국 공동시장을 이룬 유럽의 사례를 들고 있는 것이다. 슈만플랜은 탱크와 대포의 원료인 석탄과 철강을 공동생산하고 판매하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구상을 말한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갈등을 막기 위해 나왔다는 점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에 노력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 비춰 그 등장 배경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남북경제공동체를 겨냥한 방법론인 평화경제론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 장관은 주한외교단 연설에서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말로 집약했다.

평화와 경제의 상호작용, 나아가 상승작용을 기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평화’는 정치군사적 긴장완화를, ‘경제’는 남북 경제협력을 각각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평화는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전쟁 억지에 치중하는 ‘소극적 평화’에 머물지 않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적극적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는 또 평화는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생산요소’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갈 틀은 6자회담과 남북회담이 우선적으로 꼽히지만 동북아 국가 간 다양한 다자ㆍ양자 트랙이 뒷받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6자회담이 낳은 ‘9.19공동성명’은 정치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한반도 비핵화 및 관계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안보협력은 물론, 에너지, 교역 및 투자 분야에서 양자ㆍ다자 경제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런 점에 비춰 정부는 9.19 공동성명을 통해 생겨날 여러 트랙과 남북 채널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경협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부는 유럽통합이 ECSC에서 출발했다면 한반도에서는 개성공단이 이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 장관이 지난 26일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강연에서 평화경제론의 실천전략으로 산업협력 강화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앞으로 5년 내에 호혜적인 산업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개성과 금강산의 성공을 토대로 평양-남포권, 청진-원산권, 나진.선봉, 신의주 등지에 특성화된 산업협력단지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포괄적ㆍ구체적 경협계획’도 큰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은 농업, 수산업, 경공업, 광업 등에서 이미 구체화되고 있는 새로운 경협 엔진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그 다음에는 교통.물류, 에너지, 통신 등 3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남북경제공동체를 통해 북방경제 시대를 열어나가고 북핵을 넘어 평화체제를 만들겠다는 정부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6자회담의 진전도 중요하지만 막대한 투자를 위한 대내적 공감대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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