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드러난 한.미 평화체제 논의 구상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개시 시점에 대한 한.미 당국이 구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병행시킴으로써 두 트랙이 상호 촉진 작용을 일으키도록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오랜 구상이었지만 평화체제 논의 출범 시기는 미지수로 남아 있었다.

특히 남북 정상이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구상에 뜻을 같이 함에 따라 평화체제 논의의 개시 시점도 잠시 관심을 받는 듯 했지만 3자, 4자 등 당사자를 둘러싼 논란에 묻혀 버렸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감에서 “한.미 간에 이미 협의해 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은 비핵화가 `의미있는 진전’을 할 경우 평화체제 논의를 출범시킨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의미있는 진전’에 대해서는 “손에 잡히는 불능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물질을 신고하면 그때부터 핵물질을 `다루게’ 되는 데, 그에 따라 한반도 평화과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송 장관 설명을 종합하면 한.미는 불능화가 실질적으로 이행되고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가 이뤄졌을때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개시하려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송 장관이 언급한 `손에 잡히는 불능화’와 관련, 6자회담 소식통들은 반드시 불능화 작업이 완료되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어차피 10.3 합의에 따라 불능화를 미국 주도로 하게 된 만큼 18일 베이징(北京)으로 귀환한 미국 전문가팀의 방북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 불능화 방법이 확정된다면 그 이행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런 만큼 불능화 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그에 따라 불능화의 실질적 이행이 순조롭게 시작된다면 굳이 영변 5MW원자로 등 3대 시설의 불능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할 필요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일부 소식통들은 평화체제 논의 개시 시점은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타 참가국들의 기대대로 플루토늄 생산량 및 재고량 신고,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보유 의혹에 대한 해명 등이 충실히 이뤄져야 평화체제 논의를 출범시킬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조성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10.3 합의에서 북한은 연말까지 신고.불능화를 마무리하기로 한 만큼 송장관의 언급대로라면 연말 또는 내년 초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 평화체제 논의를 개시할지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시기 또한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가 최근 `3자 또는 4자 정상이 모여 종전 선언을 한 뒤 평화체제 논의를 개시한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한.미 외교 실무당국은 남.북.미.중 4개국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논의를 시작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성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4개국 외교장관의 회동이 연내 또는 내년초에 이뤄질지 누구도 장담을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 당국은 2.13 합의에 명시됐던 6자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그 계기에 4개국 외교장관이 만나 평화체제 논의 개시를 선언하는 방안을 선호하지만 6자 외교장관 회담 일정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인 상태다. 다수의 소식통들은 연내에 6자 외교장관이 만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 당국자들은 불능화와 신고가 순탄하게 이행되면 6자 외교장관 회담 및 4자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비핵화 최종 단계 협상의 동력을 마련하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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