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방북 노대통령, 유엔사 ‘허가’받아야

노무현 대통령이 내달 2일 육로 방북할 때는 비록 형식적이긴 해도 유엔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전쟁의 유산으로, 누구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들어갈 때는 정전협정상 정전기능을 담당한 유엔사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을 비롯한 노 대통령 수행원들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할 때는 육로가 아닌 공로를 통해, 서해로 멀리 나갔다가 북한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유엔사의 허가 절차가 없었다.

정전협정엔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 이남의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은 국제연합군총사령관이 책임을 진다'(제1조 10항),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한 허가없이는 어떠한 군인이나 사민(민간인)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함을 허가하지 않는다'(제7조)고 규정돼 있다.

다만 수년전부터는 한국의 국방부가 통일부로부터 넘겨받은 방북자 명단을 유엔사에 건네주면 유엔사는 관례적으로 허가하기 때문에 사실상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유엔사는 2003년 1월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동.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 임시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잠정합의서’가 체결된 이후 경의선과 동해선이 관통하는 남북관리구역에 한해 출입 관리를 한국측에 위임했다.

이 합의서 3항은 ‘쌍방은 승인된 인원, 차량, 자재 및 장비에 한하여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용하며, 남북관리구역 자기측 지역에서의 안전보장을 책임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사 관계자는 “굳이 정전협정 규정을 따지자면 유엔군사령관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남북간 교류나 정부간 행사는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남측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성급회담 유엔사측 대표였던 제임스 솔리건 미군 소장이 2002년 11월 언론 간담회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면 버스 운전사라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방북 허가절차와 관련, 몇차례 논란이 인 적이 있다.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 작업에 필요한 인력의 방북을 앞둔 시점에 솔리건 소장의 발언이 나오자 북측이 한때 비난 공세를 취하고, 같은해 12월 경의선 임시도로를 이용해 금강산 육로관광 답사에 나서려 던 현대아산측의 방북이 2개월가량 늦춰지기도 했다.

또 2003년 8월 예정됐던 류경정주영체육관 준공식에 참석하려던 현대아산측 참관단 1천명의 방북이 경의선 임시도로는 공사물자와 인력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는 유엔사와 국방부간 합의 때문에 성사되지 못하고 역시 2개월 뒤로 밀려났었다.

이러한 논란을 거친 끝에 유엔사가 남북관리구역 통과를 사실상 ‘신고제’ 방식으로 운영하는 등 유연한 입장을 취하면서 남북 교류.협력이 한층 활발해졌다.

유엔사 관계자는 “2005년 12월 반미청년회 소속 2명의 방북이 성사되지 못한 것이 유엔사의 방북 불허 때문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 한국 국방부가 유엔사에 전달해온 명단 자체에 이들이 빠져 있었을 뿐 우리가 승인을 거부한 것이 아니었다”며 “남북관리구역 관리권이 남측에 넘어갔기 때문에 유엔사는 명단만 제출받는다”고 강조했다.

유엔사 절차 외에 국내적으로도, 방북하려는 일반인은 통일부에 북한방문신청서와 북측이 보내온 초청장 및 신변안전보장각서를 제출해야 방북이 가능하다.

그러나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갈 때는 북한방문신청서만 제출했다.

남북 당국간 합의 또는 당국의 위임을 받은 사람 사이의 합의가 있을 때는 특례를 정할 수 있다는 남북교류협력법 조항에 따라 절차를 간소화해, 북측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초청장과 신변안전보장 서류는 남북합의서로 대체됐다.

노 대통령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때도 김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간소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통한 방북신청서 접수도 가능하다./연합

소셜공유